영유 안 보내세요?

<아들이 아들을 낳을 때 즈음에는>

by 김작가


대한민국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23년 출생률이 0.7명, 누구도 이 수치가 낯설지 않은 현실에 와있다. 인구절벽, 출생률은 바닥,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넘쳐나게 될 세상에 당도하게 됨을 부정하지 못한다. 아는 사람이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아파트 단지 내 가정 어린이 집을 이십여 년 운영해 왔다. 얼마전 만난자리에서 아이들이 점차 줄어 향 후 몇 년 뒤까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영어 방문학습노동자로 방문하는 가정의 아이들을 매일같이 만나는 일상에서 나의 예리한 눈으로 관찰해 본 결과 작금의 시대는 내가 결혼을 밀린 숙제 하듯 해치우던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다.

나의 경우,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 스물아홉, 그때만 해도 여성이 서른 되기 전에 시집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 결혼으로 내몰리기도 했는데 나도 비슷한 경우다. 요즘은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고, 여행하고, 연애도 실컷 하고 그 이후에 결혼을 하게 된다. 그들은 결혼 후 바로 아이가 생기면 다행이지만 노력 끝에도 불임으로 몇 년 고생하다가 출산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귀하고 귀하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태어나면 부모는 그들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나이 차이가 클수록 학부모들의 학구열이 실로 엄청난 것을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결혼 한 부모들은 대체로 직장 내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라 교육비 부담이 덜한것이 이점이라볼 수 있다. 그때부터 그들은 달린다.아이들의 손을 끌고. 걷는 모습은 아니다. 아이들이 헤쳐나갈 경주에서 혹여 뒤처질까 조바심 내며 교육비를 아끼지 않는다. 바꾸어 생각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늦게 낳은 자식이 성인이 될 무렵, 혹은 그 전에 그들에겐 퇴직이 코앞에 닥친 위험요소다. 자녀들의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영어는 필요조건이라 확신하게 된다.


영어를 시작하는 시기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내가 만난 최연소 아이는 아장아장 걷는 생후 22개월 귀염둥이 리아였다. 뭔가를 해내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도 예쁠나이. 리아의 열성 부모는 영어 흘려듣기를 위해 교사를 불러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 주길 원했다. 그 아이와 소통하려면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수업(?)아닌 수업으로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제2언어 습득론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제2 외국어는 모국어가 어느 정도 완성되는 6세 전후를 잡는다. 그러나 우리의 학부모들은 제2 외국어를 접하는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수업하는 아이들 중에는 영유(영어유치원)와 방문영어 수업을 병행하는 아이들이 다수다. 7세에 영어유치원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들 한다. 5세에 들어가야 7세까지 쭉 다닐 수 있다고 영어유치원은 이른 나이에 상담하길 권유하는 게 현실이다. 대도시 영어유치원 교육비는 월 150만 원을 상회한다. 영어 유치원 다음엔 사립초에 들어간다. 연간 수천만 원을 영어교육비로 투자하는 게 현실이다. 아이 하나에게 투자하는 금액치곤 내 기준의 범위를 많이 넘는 금액이라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고, 내 수입 수준에 맞게 자녀 교육도 수반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실금이 갔다. 요새 훌쩍 커버린 아들, 고등학생이 되어 부쩍 영어 실력이 부족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내가 더 열심히 벌어 영어유치원을 보냈어야 했던 건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더불어 영어유치원에 안 보낸 게 아니라 못 보내는 엄마들의 머지 않은 미래가 나와 같지는 않기를, 영어나 공부로만 평가받는 삶이 지양되는 사회는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라면, 멀던 가까운 미래든 태어날 아이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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