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공무원이 되었을까?

공무원을 준비하시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 (어쩌면 나에게 필요했던 말)

by 솔직히

"능력이 없으니까 이렇게 여기서 서류나 떼고 있지."

민원인한테 들었던 말 중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종종 공무원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뛰어난 스펙과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나이가 많더라도 시험만 합격하면 들어올 수 있기에 공무원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내가 어쩌다 공무원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나는 경쟁에 자신이 없기도 했고 사회생활을 누구보다 잘 할 자신도 없었기에, 적어도 잘리지는 않을, 공공기관(하지만 그 공공기관에 공무원이 포함되어있지는 않았다)에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는 있었다.

이런 내가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이한데, 바로 동생 덕분이었다.

내 동생도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동생은 오래 만난 남자친구가 공무원시험에 붙은 것을 보고 공무원시험 강의를 구매했다. 하지만 동생에겐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는게 체질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로 어렸을때부터 가지고있었던 아토피가 심해졌고 부모님마저도 아직 나이가 어리니 공무원시험은 나중에 준비하라고 하실 정도였다.

그때 당시 공무원 강의 프리패스는 매일매일의 가격변동이 심했는데 동생은 상당히 비싸게 구매했기에 부모님은 강의를 듣지 않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시긴 했다. 나또한 프리패스를 묵혀두는게 아깝다고 생각했고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내용 중 일부가 9급 공무원 시험과목과 겹치는 것을 보고 강의를 좀 들어보겠다고 했다. 나는 조용히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는게 나름 체질에 맞는 사람이었고 다른 과목들 강의도 들어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몇 번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는데 주관적인 생각을 담을 필요가 없는 객관식 문제 100개를 빠른 시간안에 풀어내는 연습은 나에게 다른것보다는 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예 한 1년정도 공무원시험을 준비해보자 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했던 나는 10개월정도의 수험생활 후 나는 시험에 합격했고 그렇게 공무원이 됐다.


공무원이 되었을 때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다. 나도 장녀노릇을 했다는 뿌듯함과 나름 빨리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았다는 생각에 행복했었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시험을 합격했기에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는 마음편히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공무원 발령 전까지만 지속되었던 것 같다. 막상 공무원사회에 들어왔을 때의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공무원생활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나 본인의 뜻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나의 능력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민원인들이 너무 미웠다.

나도 우리집 귀한 딸이고, 나름 서울에 있는 괜찮은 대학을 나왔고, 장학금도 몇 번 받을 만큼 열심히 살았던 사람인데, 왜 이런 무시를 받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공무원은 그저 일 안하고 놀기만하는 철밥통 직장인에 불과하는 것 같아 억울했다.


내가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고 바로 공무원이 되서 또는 수험기간이 길지 않았어서 이 직업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주변에서 사기업을 다니다 들어오신 분들 중에는 꽤나 공무원생활에 만족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공무원생활을 힘들어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보다 너무 얼떨결에 공무원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

공무원직렬을 선택할때도, 지역을 선택할 때도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선택을 했다. 국가직, 지방직 공무원의 차이도 몰랐고 교육행정직, 일반행정직의 차이도 몰랐다. 그저 집 가까운데서 다닐 수 있는 연고지 공무원이 제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몇십년은 할 직업인데 나의 성격이나 능력을 고려해서 지원했으면 조금 더 만족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을 준비하시려는 분들께 꼭 드리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선 본인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성향에 맞는 직군이나 직무를 선택해 지원하시라고 말씀드리고싶다.

그리고 내가 공무원이 정말 하고 싶은지,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인지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개인주의적이거나 다른 사람을 챙기는 데 크게 관심이 없으면 생각보다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처럼..)

지금까지 지금의 내가 7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keyword
이전 08화진상민원인에 지친 나에게 찾아온 친절민원인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