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랑이란 감정은 지친 삶에 오아시스가 되어 찾아오기도 하고, 시커먼 안개가 되어 삶을 가리기도 합니다. 제가 POD출판을 했던 <나는 글쓰기보다 임용고시가 쉬웠다>를 읽은 남자친구가 왜 자기 이야기가 없냐며 서운해했던 것이 생각나 이번 화에서는 9년째 이어온 저희 장기연애의 짧은 단편을 담아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사랑에 관한 짧은 시를 지어보기도 했고, 단편글도 몰래몰래 적어왔습니다. 저희를 아는 지인들에게 선보이기에는 조금 오그라드는 그런 사랑의 서시랄까요. 동갑내기인 우리는 유치한 장난이 일상이고,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9년째 다져온 끈끈한 무언가가 우리 사이를 더욱 굳게 만들죠. 그것이 아마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살아왔으니까요. 그 시간 속에서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다정함에 문득 놀라곤 합니다. 그걸 알아챈다는 것은 신경을 제법 곤두서야만 하는 일이었거든요. 이를 테면, 몇 가지 장면들입니다. 누군가의 일을 마구 이야기하던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목이 또 아파지려고 하네."라고 말하며 자기는 귀가 크니까 살살 말해도 다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교사인 저는 평상시에 목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고, 그걸 알았던 그는 남얘기보다도 나의 목건강이 더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저를 위해 식당에선 언제나 에어컨 바람을 피해서 자리를 잡고,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면 더워도 참을 테니 에어컨 온도를 높이라고 하는 그 사람. 열도 많아서 나보다 훨씬 더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을 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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