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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약간의 틈만 내어주세요

by 글꿈

여름방학을 맞아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보고자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동네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옛날이 되어버린, 제2의 집이었던 그곳. 오랜만에 가보니 책들도 세월을 잔뜩 입은 모습이었어요. 세월에 바래 껍데기가 벗겨질까 비닐을 덧입혀두었더군요. 도서관에 있으면 시간이 그렇게도 빨리 지나가버립니다. 오래간만에 책을 빌려 읽으려니 회원정보도 날아가 없어져버린 탓에 새로 가입을 하느라 몇 분을 애먹었는지요. 나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대체 얼마 동안 책에 등 돌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버스를 탈까 하다가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느니 그냥 걷는 게 낫겠다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걸어도 충분할 거리였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버스를 탔기 때문입니다. 임용고시 합격 후로는 줄곧 차를 운전해서 다녔기 때문에 버스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여름의 날씨를 그대로 느끼며 집까지 걸어가다 보니 산책하는 강아지들과 러닝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작은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린 채 책 한 권을 들고 가는 한 명의 여자 사람으로서 풍경 속에 함께 존재했죠. 평소 같았으면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고 오른발만 까딱거리며 편하게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을 텐데도 어쩐지 혼자서 길을 걷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학생 때는 이렇게 많이 걸어 다녔는데 언제 어른이 되어서 운전을 하게 되었는지. 일부러 시간 내어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면 천천히 풍경을 감상할 일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하늘 위 구름이 유달리 하얗고 입체적인 걸 보게 되었어요. 햇빛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 빛과 그늘이 구름 한데 어우러져 꼭 부드러운 조각상 같았죠. 운전을 할 때에는 길에만 집중하느라 미처 구름의 입체감과 빛깔을 알아채지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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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게 (꿈)인 유치원교사입니다. 일상을 고민하고 누리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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