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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Dec 28. 2018

다른 나라에서 온 어머니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넓은 마음으로

 교사가 되기 전 다문화 가정을 접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TV에서 하는 다큐멘터리 정도가 전부였다. 잠시 잠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나의 눈에 비추어진 다문화 가정은 그저 멀게만 느껴졌다. 나의 주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가족 형태였다.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때 뿐, 사실 편견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나마 나을 것이라는 꿈을 품고 우리나라로 시집온 젊다 못해 어린 엄마들, 한국 여자들은 가려고 하지 않는 농촌에서 밭일을 하며 생활하는 엄마들, 시어머니와는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는 집안 분위기…….


 내가 맡았던 반 아이들 중에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여러 명 있었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어머니들과 소통해야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어머니들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않게 한국말을 잘 했고, 조금은 서투르지만 한국어로 편지를 써 주시기도 했다. 나는 어머니들의 그 노력이 대단해보였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께서는 교사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대부분 믿고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어머니들마다의 성격 차이가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오히려 우리나라 부모님들보다 더 정중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한 저자세적인 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국말로 한 글자, 한 글자 편지를 곱게 적어 보내주시기도 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내가 느낀 바가 꼭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분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한국어 교육도 하고, 화장품을 판매하거나 회사 생활을 성실히 하며 가정을 꾸려나갔다. 자신의 아이를 보며 행복해하고, 남편과 함께 아이의 미래를 의논했다.

필리핀 어머니께서 적어주신 스승의 날 편지

 다문화 가정이 많다는 특성을 살려 다문화 부모님들을 기관으로 초대하여 그 나라의 문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 나라 언어로 동화를 들려주시기도 했고,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게 해주시기도 했다. 덕분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고, 아이들 또한 다른 나라의 문화에 서로 관심을 가지며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한 번에 2개 국어를 배우게 된다. 나는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해서 종종 그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로 ‘선생님’은 뭐야?”, “잘 가, 하고 중국말로 어떻게 인사해?”하고 다른 나라 말을 물어보기도 했었다. 베트남에서 온 몇몇 어머니들은 늦은 봄이 되어서까지도 아이들에게 내복을 입혀 보내시곤 하였다. 혹은 ‘내복’의 개념이 없어서 마치 외출복처럼 내복을 입혀 보내기도 하였다. 베트남은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나라였기 때문에 어머니들이 느끼기에는 우리나라가 춥게 느껴졌던 것이다. 날씨 차이로 인한 또 하나의 문화적 차이를 어머니들께 알려드려야했다. 아이들은 줄곧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계절 기온에 적응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나이차는 20살 남짓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생각만큼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아 아이를 데리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어머니도 계시지만, 그 보다는 한국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 두 분이 사소한 장난을 치며 웃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 자연히 미소를 짓게 되곤 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나의 편견은 어느 새 눈 녹듯 사라진지 오래였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실에서는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교사도, 아이들도, 피부색이 다르거나 부모님의 나라가 다르다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당연했고, 늘 평범한 하루 일과가 반복되었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기여서 편견이라는 것을 모른다. ‘편견’ 또한 학습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그대로 모방해내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한 친구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느냐 마느냐는 어릴 적부터 쌓여온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델 ‘한현민’이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 중 1인으로 선정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다문화 가정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과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이제는 충분히 받아들여야하는 때인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편견 없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각자마다 고유의 성격과 장단점이 있음을 알아야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만 교육으로서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몸소 실천하고 보여줌으로써 자연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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