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7
나는 늘 앞을 내다보며 산다. 오늘내일만을 생각하면 때론 힘이 쭉 빠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상은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하고, 힘겨울 수 있다. 하지만 오늘과 내일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주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지루할 수가 없다. 힘겨워도 버틸 수 있다. 모든 것은 조금 더 나은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니까.
나도 나보다 풍족한 환경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갖고 싶은 것들도 많이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때로는 나보다 유명한 사람이 부럽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부럽다.
그래도, 나는 나대로 산다.
주변의 누가 어떻든, 뭐라고 하든 나는 나대로 산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일상은 계획에 맞춰 돌아간다. 내가 스스로 세운 계획은 길게 혹은 짧게 세워진다. 길게는 연령대별로, 짧게는 하루씩 계획의 단위가 잡힌다. 시간의 폭이 넓은 계획은 구체적일 수가 없다. 단지 대강 그려놓은 그림이 있을 뿐이다. 그렇더라도 그 그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어렴풋이 나의 '꿈'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다는 나의 최종의 목표와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언젠가 나이가 들면 지혜롭고 인자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 어른다운 어른이고 싶다는 것이다. 꿈이라 하면 마치 특정한 직업을 갖거나 무언가 보상을 얻는(부나 명예와 같은 것들)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지금까지 거듭해서 고민한 나의 최종 목표이자 꿈은 단지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나이가 들고 죽을 때까지 향해갈 수 있는 끝없는 삶의 목표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내 삶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젊은 세대에 밀려난다고 느낄 때가 올 것이라는 걸. 그때 하염없이 한숨만 푹푹 쉬며 줄 없이 파도에 떠밀려 다니는 나룻배 신세로 지낼 수만은 없다! 그때의 나는 내가 가진 경험으로 지혜를 얻어 세상의 이치를 알고 인자한 성품을 가진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을 갖춰가길 바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어느 세대를 거쳐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경험들은 결국 나의 꿈을 향한 소중하고, 값진 밑거름이 된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소중하게, 달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 커다란 그림 속에서 다시 나의 일대기를 그려 나가다 보면 가까운 미래가 보인다. 나는 결혼할 생각도 있고, 아이를 가질 생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맞아들일 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내 아이도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는 자본의 원리대로 돌아간다. 어떠한 면에서는 슬프게도,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나도 그리 넉넉하고, 풍족한 집에서 자란 사람은 아닌데……. 하는 수없이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기로 한다. 지금 이 자리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다 현명한 길을 선택하게 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실천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나의 가족에게, 내 아이에게, 내 자신에게 후회만 남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한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이런 나의 일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너무 계획에 옭매여 지내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젊은 날을 즐기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적당히 쉬어가야, 적당히 즐길 줄도 알아야 삶에 균형이 잡힌다고 했다. 나는 해마다 여행을 계획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달콤한 설탕가루를 뿌려 버무리듯이 일과 공부, 그 사이사이에 여가생활을 넣는다. 어느 누군가와 비교해서는 많이 즐기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서는 많이 즐기며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렴 그건 전혀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만족하느냐, 만족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누군가 나를 향해 왜 그렇게 사냐는 식으로 볼멘소리를 해도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는다. 그들은 알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나아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1부터 12까지, 혹은 12부터 1까지. 하루는 늘 그렇게 흘러간다. 우리의 일생을 시계라 하면 1시에는 슬퍼할 수도 있고, 2시에는 우울했다가, 3시에는 기뻐할 수도 있다. 또 4시에는 놀라운 일이 있을 수도 있고, 5시에는 무서운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시곗바늘이 10에서 멈출지, 한 바퀴를 돌아 2나 3에서 멈출지도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그 시간, 시간마다 의미를 갖고 싶다. 그것은 나만의 시계니까.
그러니까 나는 나대로 산다. 누가 뭐라고 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