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이러니해
<21일차 - 2019.06.03.월>
이젠 6시 30분에 일어나도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나 자책감이 없다. 하지만 6시 기상은 계속 목표로 하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설거지를 하고 출근준비를 하니까 출근시간이 금방 됐다. 아침에 뭘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면 6시 30분 전에 일어나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은 회사다. 미용실을 3주마다 가는데 이번엔 3주가 되는 날이 휴가기간이다. 그래서 오늘 마침 저녁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미용실에 전화했더니 8시 30분만 예약이 비었다고 했다. 그 시간으로 예약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에 와서 그 시간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다.
주말에 할 일이 있어서 지난 금요일에 노트북을 집에 가져갔었는데, 오늘 출근할 때 두고 나왔다. 그걸 회사 도착해서 책상을 보고 알았다. 그런데 기분이 심하게 나쁘지는 않았다. 오늘은 그렇게 바쁜 날이 아닐 거라는걸 알고 있었고, 지하철에서 보던 책을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또 한번 같은 길을 왕복하며 재미있게 책을 봤다.
수년간 지하철에서 책을 보지 않았다.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독서에 방해가 됐다. 그런데 책을 볼 시간이 점점 줄어서 궁여지책으로 에라 어쩔 수 없다 지하철에서라도 보자 라고 하며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의외로 괜찮다. 베토벤 교향곡을 플레이 해놓고 책을 보고 있으면 집중하기 힘들지도 않았다. 특히 5번, 7번 교향곡을 들으며 책을 읽는게 좋다.
<22일차 - 2019.06.04.화>
6시 20분에 일어나서 내 자신이 기특했다. 6시 기상 프로젝트인데 6시 20분에 일어났다고 기특해 했다니 아이러니하긴 한데, 이렇게 10분씩 빨라지면 이틀뒤면 6시에 일어나겠네? 라는 아주 비논리적인 희망을 품게 하는 기상시간 이었다.
나는 사교적인 타입은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한다. 누군가를 원하고, 또 원하지 않는다. 많지 않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다. 이런 타입인 나에게 오늘처럼 점심먹으며 미팅, 저녁먹으며 미팅 이렇게 밥 먹으며 일하는 일정이 두개 있는 날은 진이 빠진다. 나가면 일하는 가면을 쓰고 충실히 분위기에 맞추지만 이게 내 본성이 아닌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생각해보면 세상엔 참 아이러니가 많다. 나는 이런 성격인데 일의 특성상 난생 처음보는 사람을 만날 일이 많다. 요즘에는 머릿속에서 정리하는걸 포기했는지, 예전에 온 문자나 카톡을 정리할 때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어떤 행사에 가서 누군가를 만났는데 어디서 만났었던건지 생각이 안나서 당황스러울 때도 생긴다.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거의 1200개. 나는 비사교적. 아이러니야.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