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추운 겨울에도 고마워할 일들이 많다.

by 영국피시앤칩스

잘 얼지 않던 동네 하천이 투명한 얼음으로 덮여가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코끝이 아려오는 한파 속에서 세상은 지난밤 내린 눈에 두터운 얼음이불에 덮여있다. 마치 정지된 거 같은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인생의 겨울같이 은유적으로 힘든 시기를 의미하는 만큼 겨울은 생물이 지내기에 썩 좋은 시절은 아니다. 따쓰한 봄바람과 찬란한 햇살의 5월의 날씨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봄에 피어나는 꽃들 특히 흩날리는 벚꽃은 무릉도원 같은 절경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겨울날 헐벗은 꽃나무들은 왠지 모를 애처로움과 황량함에 둘러싸여 있다.


이렇든 단점만 가득해 보이는 겨울에도 보이지 않는 장점들이 있다. 우선 기초대사량이 올라간다. 오타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추위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 그 자체로 분당 소모 칼로리가 15~20칼로리 정도가 늘어난다. 즉 고강도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 이상의 칼로리 소모효과가 있다.(Shivering thermogenesis in humans: Origin, contribution and metabolic fuels) 먹을 것만 적당히 조절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다이어트하기에 최적의 계절이다.


그리고 추위는 물웅덩이를 얼려 흰 줄 숲모기 등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 감염병의 확산 매개체가 되는 유해 해충의 개체수를 크게 줄인다. 흰 줄 숲모기는 숲에 가면 나오는 일명 아디다스 모기이다. 그 집요함과 지독함은 물려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연구에 따르면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농작물 해충들도 영하 20도의 혹한기라면 평년대비 생존율이 50 ~70퍼센트 이상 감소하여 다음 해 농작물이 더욱 잘 자라게 한다.


부레옥잠, 물배추와 같은 부상수초(물 위에 떠있는 식물)도 해외에서는 수면을 뒤덮어 수생식물의 광합성을 막고 물속 산소를 고갈시켜 수중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빠른 번식력으로 겨울이 없는 해외에서는 골칫덩어리이다.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 등 남부에서는 수생 교란 식물 관리에 매년 1300억 원을 소모하고 있으며 루이지애나주의 Invasive Plant Management Section 보고서에서는 방제를 정말 포기했을 때의 어업 관광 등 경제적 피해규모를 42억 달러(약 6조 원)로 추산하고 있다.(Conservation Commission (FWC)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매서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모조리 죽기 때문에 수질정화를 위해 일부러 심기도 한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추운 날에는 시베리아 대륙고기압의 확장으로 차갑고 건조한 강한 북서풍이 불어오는데 이는 산둥반도와 베이징근교의 미세먼지를 한반도 남쪽과 바다로 밀어내어 미세먼지의 농도를 극적으로 낮춰준다. 단순 황사가 아닌 중금속이 포함된 초 미세먼지를 막아주기에 우리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도와준다.


솔직히 겨울이면 치솟는 난방비와 추위에 위축되는 몸으로 따쓰한 계절보다 경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겨울만이 가지는 설경의 아름다움과 위에서 살펴본 장점을 살펴보면 조금은 고마워해도 되지 않을까. 모든 시절은 양면성이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높고 공활한 파란 하늘을 보며 작은 고마움의 표시를 보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6. 노력했는데 실패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