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불면증

by 영국피시앤칩스

흔히 자다 과거의 실수나 엉망진창인 무엇인가가 기억나 부끄러워하며 잠자리에서 잠들지 못하는 것을 이불킥이라고 한다. 어릴 적 이불킥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당황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중간고사 시험지의 답을 하나 바꾼 게 아쉬워서였다. 말 그대로 어렸기에 할 수 있는 해프닝으로 이불킥으로 끝나곤 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이러한 가벼운 이불킥은 없어졌다. 왜냐면 나 자신도 세월을 겪으며 무뎌졌을 뿐 아니라, 더욱 무거운 책임이라는 것이 내 어깨에 짊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끄러운 이불킥이 아니라 크나큰 경제적 손실이나 업무상 과실 등이 불면증의 형태가 되어 밤이 되면 내 곁을 찾아온다.


낮에 바쁘게 보낼 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를 통제하는 이성이 밤만 되면 약해지는지 이 불청객은 나의 마음을 밤새 휘저어놓는다. 나도 예전에는 이것이 나약한 사람들의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며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그만큼 큰 실패 좌절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던 것이었다. 손가락에 살짝 베여본 게 최고의 상처였던 아이에게는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상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던 것이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작은 상처에 담담해지고 큰 상처는 속에 한의 형태로 담고 참고 인내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단순히 육체적인 성장이 아닌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정신의 성장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야 어른으로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평온하게 아무런 불행과 사고 없이 좋은 환경과 가족 사이에서 걱정 없이 지내는 듯한 친구와 동료들을 보며 부러워하지 말자. 그들도 지금 각자의 먹구름 아래서 비바람을 맞으며 지내고 있는 중이니까. 고통의 크기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주관적인 수용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도 오늘만큼은 내려놓고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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