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병원과 함께하는 인생
생각보다 심하게 허름한 건물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 그 옆의 고층 건물이 당연히 병원이라 생각해서 주차장을 잘못 들어갈 뻔했다. 주차장 바가 열리지 않았기에 들어가지 못했지, 열렸으면 아무 의심 없이 그 건물 지하로 들어갔을 것이다. 대체로 병원들이 큰 건물에 입주해 있으니까. 그러나 입구 바는 올라가지 않았고 그 주변을 두어 바퀴 즘 헤맨 뒤에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주차장이 안 열린다고 했더니 안내해 주시는 분은 ‘어 그래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한다. 전화를 오래 할 수도 없어서 일단 알겠다고 끊고 마침 지나가던 동네 경비아저씨 같은 분이 계시길래 여기 ㅇㅇ산부인과 주차장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세상에나 바로 옆에 그냥 봐도 방치되고 있는 듯 한 지상주차공간을 가리켰다. 거긴 주차바도 없었으니 병원에서 전화받으신 분이 당황하셨을 수도 있다. 그 공간은 그냥 뚫려 있는 야외 공간이고 차가 열 대도 못 들어올 것 같은 규모였다. 그런데 심지어 차를 델 공간이 있었다.
주차를 하고 바로 연결되어 보이는 뒷문을 기웃거렸으나 잠겨 있었다. 앞으로 나가서 정문으로 들어갔을 때 정말 신선한 충격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내가 8살 때 아프면 가곤 했던 동네 소아과, 딱 그 모습이었다. 옛날 바닥에 옛날 벽, 좁은 대기공간.. 근데 접수 신청은 어울리지 않게 태블릿으로 한다. 내 앞에 환자도 한 명뿐이었다. 데스크에도 한 명. 신기한 모습에 멍해지면서 조용히 차례를 기다렸다. 진료실에서 한 명이 나오더니 내 옆 사람이 들어갔다. 이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내 차례가 왔다. 뭔가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진료실도 대기실 바로 앞에 있었다. 의사는 한 명.
의사는 남자였고 로비 사진에 있는 것보다 많이 나이가 들었다. 남자 산부인과 의사를 피하는 편이지만 왠지 여긴 괜찮을 것 같았다. 편안한 표정에 희끗희끗한 머리, 그러나 나이가 아주 많진 않고 그냥 딱 정점에 서 있는 듯 한 중년 의사. 나는 이유 없는 하혈에 무서워서 좋다는 곳을 검색해 30분이나 차를 몰고 갔는데 그분은 나를 검사조차 안 했다. 피가 날 수도 있지 그게 왜요. 피가 철철 나는 것도 아니고, 뭐 본인이 자궁에 혹 있는 것도 알고 근종도 알고 있고. 경부암은 없고. 뭐가 더 있겠어요? 우리 몸은 피가 날 수 있어요. 상처가 날 수도 있고. 그리고 이런 경험이 처음이잖아요. 좀 기다려보세요. 지금 아파요? 아프지 않죠? 피가 너무 많이 나지도 않죠? 사람들이 뭐 좀 안 좋으면 ct 찍고 뭐 하지만 그런다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나요? 아니에요.....(등등등 비슷한 이야기)
와... 이런 의사가 있다고? 몇십 년간 애 받은 전문가시니까 없는 말은 당연히 아닐 테지. 그리고 이런저런 검사하면서 돈을 버는 게 당연히 더 이득이겠지. 여기 다른 손님이 없으니 이 의사가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닐 거고. 정말 불안해하는 나에게 피 좀 났다고 너무 오버하지 말아요-라는 느낌을 계속 주며 저런 말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왠지 벌써 피가 멎고 치료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혈을 하긴 했지만 그 상태로 동네 병원에서 초음파 후 피 양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내 예상엔 밑에 어느 부분에 상처가 난 느낌이다. 그걸 아마 초음파기가 들어가면서 더 건드리거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치며 그동안 다니던 동네병원을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 김사부 같은 의사는 이 작고 낡은 병원 꼭대기층에 산다고 한다. 그래서 급하면 낮이고 밤이고 진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분만을 하면 모자동실이 기본이고 무통주사를 잘 안 놓는다고 한다. 뭔가 자연주의 느낌이 난다. 긴 대화 끝에 결국 아무 검사도 없이 차트에 ‘상담’ 이라고만 쓰고 나를 내보냈다. 나는 최근에 이렇게 의사와 1대 1 면담을 길게 가져본 적이 없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진료비 만원을 청구했다. 최소한 초음파는 볼 줄 알았는데, 그냥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믿어도 될까? 믿고 싶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의사에게 의지하고 싶다.
무슨 연결고리인지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본 '어느 양심 의사(일본)의 마지막 고백'이 떠올랐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환자는 병원의 돈줄이다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일수록 빨리 죽는다
-노화 현상을 질병으로 봐서는 안된다
-혈압 130은 위험 수치가 아니다
-혈당치를 약으로 낮추면 부작용만 커진다
-콜레스테롤은 약으로 예방할 수 없다
-암 오진이 사람 잡는다
-암 조기 발견은 행운이 아니다
-암 수술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한 번의 ct촬영으로도 발암 위험이 있다
-의사를 믿을수록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3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지 마라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먹지 마라
-항암 치료가 시한부 인생을 만든다
-암은 건드리지 말고 방치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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