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와 다람쥐 쳇바퀴

운동의 효율성

by 우주속의 먼지

운동은 효율적인 행위인가?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 대비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운동뿐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갖가지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와 부조리로 뒤범벅된, 게다가 그 와중에 운 따라야 하는 사회생활과 일과 가끔 연애에 치여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 운동 자체는 순수하게 좋은 것이다. 그러나 헬스장을 맞닥뜨릴 때마다 마음속의 불편함이 꾸물거리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헬스장은 여름에 가면 에어컨이 켜져 있고 겨울에 가면 히터가 켜져 있다.

겨울은 추우니 헬스장도 따뜻하게 하고 사람들도 몸을 덥히며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낫다. 그나마 같은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 든달까. 내가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시기는 여름의 헬스장이다. 사람들은 (안 해도 되는) 운동을 굳이 하면서 땀을 흘린다. 그리고 그 땀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이 풀가동된다. 그러면 후끈한 열기 속에 에어컨은 계속 켜져 있어야 한다. 멈출 수 없는 순환고리에 사람과 에어컨이 탑승해 있는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밀고 있는 것 같다. 땀이 주룩주룩 흐르다가도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금방 식어버릴 때 이 열기를 금방 덮어버리는 에어컨과 전기에너지에 압도당한다.

그보단 덜하지만 비슷하게 느끼는 불편함은 일상에 널렸다. 머리를 감고 드라이어로 굳이 말리는 것과, 빨래를 하고 나서 굳이 건조기를 돌리는 상황도 비슷하다. 둘 다 그대로 두면 해결되는 것들이다. 머리는 그대로 두면 마르고 빨래도 널어두면 저절로 건조된다(물론 머리는 두피를 바로 말리지 않으면 탈모가 오기 쉽다고 하니 좀 만져는 줘야겠지 ㅠㅠ). 이는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자연에서 해결되는 일에 굳이 에너지를 쓰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미 생존을 위해서,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그 외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생활의 기본적인 편의를 위해 이미 충분한 에너지를 쓰는데 왜 저절로 해결되는 일에까지 에너지를 써야 하는가.


러닝머신은 여러 가지 헬스기구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필요 없는 기구이기도 하다. 왜 제자리걸음을 저렇게 열성적으로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 밖에 나가면 걸을 길이 널렸는데 왜 사람들은 실내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할까? 걷거나 뛰는 행위는 좀 원시적으로 단순화하자면 이동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 결과로 나와야 하는 것은 공간의 이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러닝머신 위에선 공간을 이동할 수 없고 전기도 소모하게 된다. 만약 외계인이 인간을 관찰할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쳇바퀴에서 노는 햄스터를 바라보듯 보게 되지 않을까. 그나마 햄스터의 쳇바퀴에는 전기도 안 들어간다. 러닝머신 위에선 모르지만 내 차례를 기다리며 뒤에 서 있을 때, 나란히 일렬로 서서 열심히 제자리걸음 혹은 제자리 뛰기를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 가끔 살짝 다른 시각에서 이상하게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뭔가 다른 생산적인 결과물 없이 오로지 '나의 건강' 만을 위해서 이 많은 에너지를 써도 되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는 운동하는 '내'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도 포함된다. 내가 힘써서 생산해 낸 그 에너지야말로 열기를 내뿜으며 공중에서 소멸된다. 에너지가 색깔로 표시될 수 있다면 헬스장에서 뿜어 나오는 것들은 꽤 많을 것이다. 거기서 사용하는 전기와 땀흘리는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같이 있으니까. 하나는 사용되고 하나는 사라진다. 그 사라지는 에너지가 싫은 나로서는 일상에 운동을 녹일 수밖에 없다. 지하철이나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고 가급적 걸어다는 방법으로 이동하면서 아무것도 낭비하지 않았다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혹시 내 운동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구가 있다면 맘 놓고 쓸 것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나 러닝머신을 내 힘으로 작동할 때마다 전기가 발생해서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불편한 마음이 덜할 것이다.


우리는 늘 결과물을 보고 감탄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복근과 힙라인을 위해 햄스터처럼 헬스장에서 뛰고 굴렀을 것을 생각하면 운동으로 다져진 완벽한 몸을 가진 배우나 모델도 그냥 그렇다. 멋진 근육을 꼽자면 차라리 인도에서 자주 보던 생활에서 만들어진 잔근육 가득하던 버스안내원들이 더 멋있다. 그들은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버스 뒷꽁무니에 매달려서 도로를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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