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옳은 것
우리 민족의 조상이 곰이고 마늘만 먹다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다. 일단 동물 중에 귀여움과 사나움, 영리함까지 갖춘 드문 동물인 곰이라는 것, 그리고 무려 마늘을 먹었다는 것.
후추도 보통 양념이 아니다. 무려 아메리카대륙이 후추를 찾으려다 발견된 거니까.
이 두 가지 재료는 그 대단한 역사만큼이나 확실하게 값어치를 한다. 어떤 음식을 하더라도 마늘이나 후추가 들어가면 보통은 더 좋아진다.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소금이나 간장과는 기능과 종류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음식의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내서 어나더레벨로 업그레이드되는 풍미를 만들어낸다고나 할까.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았을 때는 마늘을 넣을 때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마늘을 넣었을 때 혹시 마늘의 맵고 싸한 맛으로 음식을 망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늘을 조금씩 써 보면 마늘이 얼마나 섬세하게 다른 맛과 조화를 이루며 고급지게 음식을 만들어주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너무 짠 음식, 너무 단 음식 등 간을 조절하지 못해서 망치기 직전의 음식을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물론 마늘 그 자체로도 손색없이 훌륭한 음식이다. 구운 마늘, 올리브유에 볶은 마늘, 간장에 조린 마늘, 고기와 함께 먹는 생마늘까지 마늘의 변신과 매력은 끝이 없다. 그리고 내가 지금 먹는 이 음식이 오천년도 더 전에 조상들이 먹었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오래된 음식의 역사가 있을까 싶다. 잘라도 잘라도 새살처럼 돋아나는 대왕 마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왕버섯 옆에 두고 매일매일 먹고 싶다.
후추는 (나에게) 소금 다음으로 중요한 양념이다. 심지어 한국인의 애정템인 다시다보다 우선 순위에 있다. 구운 야채에 소금과 후추만 살짝 뿌려서 먹어보면 세상의 모든 양념이 부질없어질 만큼 맛있다. 소금과 후추로 이렇게 완벽한 맛을 내는데 세상엔 뭐 하러 그 많은 양념과 소스들이 있을까. 후추의 맛은 설명하기 어렵다. 후추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그 맛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지금도 표현하기 어려운데) 그냥 ‘후추맛’ 이라고 하면 모두 알아들으니 다행이다. 통후추를 금방 갈아서 뿌릴 때 나는 그 향은 마치 마약처럼 나를 빨려들어가게 한다. 나쁜 것 같은데 좋은 그런 향. 색깔부터 검다. 검고 톡 쏘는 향. 설명하긴 어렵지만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향. 없어도 살지만 있다가 없이는 절대 안 된다. 과거에는 고기 등을 보존하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후추 그 자체로의 맛과 향을 위해 필요하다. 대항해 시대처럼 목숨을 걸고 항로를 개척하지 않아도 동네 마트에 늘 구비되어 있는 후추를 볼 때마다 옛날 유럽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대체로 나쁜 짓을 저질렀지만 한 가지 좋은 일을 고르라고 하면 주저 없이 나는 후추의 발견을 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