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카파
로버트 카파 Robert Capa
라이프치히에서 맞은 첫날밤, 우리는 일찍 잠을 청했다. 한창 자고 있는데, 고참 기자들 가운데 체력이 좋기로 정평이 난 할 보일이 우리를 깨우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어니 파일이 죽었대."
그날 어니 파일은 우리로부터 아득히 떨어진 이에시마에서 사살됐다. 잠에서 깬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잊은 채 우두커니 앉아서 술만 마셨다. 290p
최초의 발연포탄이 마을 한복판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박격포와 순양함과 장갑차가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점에다가 수백 발의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는 지면으로부터 겨우 10센티미터 정도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연방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지만, 같은 장면의 사진만 찍힐 뿐이었다.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란 오직 하나, 셔터를 누를 때마다 색상이 다른 필터로 바꿔 끼우는 것밖에 없었다. 마을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하늘로 솟았다. 마을 뒤 배수비오 화산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둘이 한 형제인 양.
내 머리 바로 위로 포탄이 날아다녔다. 박격포탄은 휘파람 소리를 내고, 순양함은 쇳소리를 내고, 장갑차는 삑삑거리는 고음을 내며 서로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독일군 박격포도 휘익하는 소리를 내며 내게서 불과 100미터도 안 되는 언덕 위에 떨어졌다. 나는 덤불 속으로 더 낮게 머리를 파묻었다. 태양이 내 등을 비추어 따뜻한 온기가 전해왔다. 불현듯 '아! 공중을 날며 노래하는 것이 새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