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모르겠는데, 오늘은 사랑하죠
너무 한낮의 연애
"아니...... 네가 날 사랑한댔잖아. 킬킬킬킬...... 그 고백을 들은 거잖아, 지금.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앞으로 우리 어떻게 되는 거냐고."
"모르죠, 그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고."
"알 필요가 없다고?"
"지금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는데,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요."
필용은 당황했다. 얘가 지금 누굴 놀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며?"
"네, 사랑하죠."
"그런데 내일은 어떨지 몰라?"
"네."
"사랑하는 건 맞잖아. 그렇잖아."
"네, 그래요."
"내일은?"
"모르겠어요." 26p
장마가 시작되었을 무렵 이런 괴상한 애정 전선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햄버거를 먹으며 앉아 있는데 양희가 깜빡 잊을 뻔했다는 투로, 아, 선배 나 선배 안 해요. 사랑, 한 것이었다.
"안 해?"
"네."
"왜?"
"없어졌어요."
필용은 믿을 수 없었다. 바로 어제만 해도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표정 없는 얼굴이기는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는데 말이 되는가?
"없어? 아예?"
"없어요." 36p
"미안하다. 심한 말 해서."
필용이 사과했다.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양희가 돌아서서 동네 어귀의 나무를 가리켰다. 거대한 느티나무였다.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46p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