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디작은 겨울눈 속에
여린 꽃이파리 욱여넣고
혹독한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 나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눈의 맨살을 날카로이 찢고 나와
또
꽃이 되었다.
음울한 저채도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며
사람들의 가슴 안에다
작은 꽃씨 하나를 파종하기 위해
그 씨앗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필 테고
또 다른 이에게는 위로가
혹은 희망의 꽃으로 필 수도 있다.
열흘 남짓
당신들의 가슴에 씨앗 하나를
심고 가기 위해
나는 열매를 맺고 잎을 떨구며
기나긴 겨울을 버티고 견딘다.
부디
소임을 다한 나의 이파리들이
꽃비가 되어 한숨처럼 흩날릴 때
듣기 좋은 레퀴엠을 허밍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