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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희 Mar 30. 2021

밤 벚꽃이 애잔하다


그 작디작은 겨울눈 속에

여린 꽃이파리 욱여넣고

혹독한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 나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눈의 맨살을 날카로이 찢고 나와

꽃이 되었다.


음울한 저채도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며

사람들의 가슴 안에다

작은 꽃씨 하나를 파종하기 위해


그 씨앗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필 테고

또 다른 이에게는 위로가

혹은 희망의 꽃으로 필 수도 있다.


열흘 남짓

당신들의 가슴에 씨앗 하나를

심고 가기 위해

나는 열매를 맺고 잎을 떨구며

기나긴 겨울을 버티고 견딘다.


부디

소임을 다한 나의 이파리들이

꽃비가 되어 한숨처럼 흩날릴 때

듣기 좋은 레퀴엠을 허밍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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