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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보석.(군대이야기)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by 야청풍

갑자기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숨통이 막혀오고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짓눌러 왔다.


집 밖을 뛰쳐나가 찬 바람을 맞으며, 쉼 호흡을 했다.

멀리 아주 멀리 가보지 못한 밤하늘 바라보며

쉼 호흡을 약 십여분 간 한 후에야 비로소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아파트 외벽 화단 위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사는 지역은 시골에 속한 지역이라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보석(별)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잊고 있었다.

최소 하루에 한 번은 하늘을 보자라고 했던

나의 다짐을....


그렇다. 나는 조울증과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는

정신과 환자이다.


요즈음 우리 주위에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질병이 되어버린 현실에 직면해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군 복무 시절 이등병이었던 난, 상병 계급의 상급 근무자와 동초 근무를 나가게 되었다.

이 선임자는 약간 변태 기질을 가지고 있는 장난기가 아주 많은 선임이었다.


즉, 인간적으로 별 기대치도 없거니와 신임도 안 가는 그런 부류로 생각해 왔던 사람이었다.


하나. 근무 중 이 선임의 단 하나의 명령을 받고

이 사람을 다시 평가하게 되었으며, 반성하게 되었고 배울 수 있었고 감동까지 받게 되었다.


지붕으로 하늘이 가려진 초소에서 오직 전방주시 경계근무 중 , 이 변태 선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뜬금없이 선임이 내게 명령을 하였다.


"10보 앞으로 가" 난 엄청 당황하게 되었고 이등병

전매특허인 "잘 못 들었습니다"로 응수하였지만

다시 한번 내 귀에 들리는 말은 "10보 앞으로 가"

였다.


장난기가 워낙 심한 인간이라 경계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는 상황인데 난 골탕 먹이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난 실행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는 수 없이 10보 앞으로 이동한 후 변태 선임을 응시하였다.

변태선임의 다음 명령은 "그 자리에서 고개 들어"였다. 황당하였지만 명령대로 고개를 든 순간

내 눈에 환상이 펼쳐졌다.


그건 바로 너무도 까만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며 내 눈 속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아니 경이로웠다가 맞는 표현 같다.

군 입대 후 6주간 훈련 자대 입대 후 적응까지

그동안의 모든 힘듬과 피로가 한 방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목이 아플 정도로 약 십여 분간 밤하늘을 만끽하였고, 근무지로 이동하였다.


그 후 변태선임의 말이 더 가관이다.

경상도 사투리의 투박한 말투로 나에게 했던 그 말.


좋제? 많이 힘들제? 내가 와 니한테 일케 하늘 보여준지 아나?


내도 니 처럼 힘든 이등병 때 어느 한 고참이 이래

해주드라. 진짜 고맙고 좋았던 기억이라 니 한테

똑같이 물려 준기라...

니도 나중에 고참 되면 근무 나와서 후임들 한테

똑같이 해줘라. 그믄 된다..


이 일로 인해 변태 고참을 다시 보게 되었고 힘들기만 했던 이등병의 가슴이 뜨겁게 불타올랐던 기억이 난다.


별것도 아닌 그저 고개 한 번 드는건데도 우리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돼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걸까?


※ 돼지는 구조상 평생 죽을 때까지 하늘을 볼 수 없다.

한 편의 영화 제목처럼 말이지

스스로 돼지의 삶을 선택하지 말고


우리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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