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나만의 레시피# 2)

닭 볶음탕.

by 야청풍

20대 초반 막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준비하던

시절.. 그냥 돈 없고 배고픈 청춘이랄까?

98학번인 난 IMF 초 절정 시기에 대학을 입학하고

남들 금 모으기 운동을 할 때 가진 금이 없어 몸빵으로 때우고자 99년에 자원입대를 하였다.


20세기 막바지에 입대하여 밀레니엄을 보내고

21세기에 제대를 하였지. 혈기 왕성하고 돌도 소화시킬 나이에 우린 그냥 대한민국 남자들의

최대 의무를 지킨 그냥 거지였다.


26개월 동안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몸도 위장도

엄청 튼튼하던 시절..


우린 당시 광주에서 가장 저렴한 먹자골목인

조선대학교 앞을 자주 가게 되었지.

잠깐 한눈 팔면 바삭한 과자로 변신하는 일 인분에

천 오백 원짜리 냉동 대패 삼겹살이 주 메뉴였지만,

어쩌다 용돈을 받아 주머니 사정이 좋을 때면 의례

찾아가는 단골집이 있었다.

그곳에 주 메뉴는 다름 아닌 닭 볶음탕이었다.


당시 식당에서 기본적으로 최하 3만이었던 닭 볶음탕을 조대 먹자골목 식당에서는 돈 없는 고 학생들을 생각해서인지 반값인 만 오천 원 이었거든...


친구들 3명이서 소주 열댓 병을 마시고 밥까지 볶아 먹고 나와도 3만 원 수준이었고 인심 좋은

이모님이 계란 부침계를 서비스로 주시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결코 그 시절이 아름답거나 무언가 철학적이거나

뜻이 있는 기억은 아니다.


그 시절 대한민국은 너무나도 힘든 시기였기에

그냥 짠하면서도 서글픈 기억일 뿐....


그래도 그 서글프고 짠 한 기억이 이십 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에 와서는 아련한 추억으로 바뀌었다는 현시점이 모진 풍파 역경을 견뎌왔다는 삶의 증거이기에 나 자신에게 잘 참아왔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구나!!

라고 칭찬 해주고 싶다.


#나만의 레시피#

자.. 시작해 보자고 요알못, 돈 없는 자취생.

컵라면에 소주 때리는 기러기 아빠 등등...


이 글이 흥미롭다면 나만의 레시피 1화 극복,

목살 묵은지 김치찜을 읽고 오길 바래...


보편적으로 집 냉장고에 닭이 없잖아?

일단 마트로 가자!


닭을 먼저 골라 마트 가면 자연스럽게 토막 손질 된 닭이 있어. 한글 모르면 삼계탕용 닭 산다.. 그냥

토막 난 닭으로 바구니에 담고 야채 코너로 이동해.


집에 있으면 생략하고 우선 양파 대파 당근과 감자를 구매하고 얼큰한 게 좋으면 청양 고추까지..


늘 그렇듯 양념장을 만들자.

진간장 열 스푼 설탕 두 스푼 고추장 두 스푼

다진 마늘 한 스푼 그리고 고춧가루 두 스푼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야채를 성격대로 썰어두자.

다시말하지만 스푼은 밥 숟가락이다.


참고로 난 감자를 크게 썰어 반땅으로...

그리고 인터넷에 나와 있는 매실액 굴 소스 등등..

이딴 거 머라고? 우리에겐 사치일 뿐이야..

있으면 넣어주면 좋지만 딱히 맛이 소름 끼치게 늘어나진 않아...


이제 큰 냄비에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넣고 삶아..

펄펄 끓으면 떠오른 거품을 제거해 줘.


먹다 남은 소주 때려 붓고 닭이 익었다 싶으면 그냥

썰어 놓은 야채와 양념장 넣고 뚜껑 닫아..


국물이 흥건한 경기도 타입이 좋으면 감자가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먹으면 끝.


국물이 자박자박한 전라도 타입이 좋으면 뚜껑 열고 약불로 고추장 처럼 될 때까지 조려 주면 끝.


내가 여유 좀 있다 싶으면 당면이나 우동 사리도 첨가해 주면 센스쟁이.


이제 맛있게 먹으면 너도 요리사!


근데 말이야.. 난 이렇게 혼자서 자주 해 먹는데..

그 어린 시절 친구들과 대학로 골목길 이층 식당에서 먹던 그 닭볶음탕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레시피로 만든 닭볶음탕도 머랄까..

조금은 서글픈 맛이야...


보고 싶다.. 그 시절 그 추억 속에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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