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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나만의레시피# 1)

나도 요리사가 될 수 있어.

by 야청풍

벌써 봄이 찾아와 포근함이 물결치더니, 언제 그랬냐듯 꽃샘추위가 등골을 움찔이게 한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중국 주재원) 거래처

사장들의 꼬심으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물론 몇 달 못가 포기하게 되었고, 친구의 권유로

폐업 세일 덤핑 장사(일명 사장님이 미쳤어요)를 일 년간 배우고 내 장사를 시작하였으나, 이 또한

몇 년 못 버티고 코로나 시국으로 망하게 된다.


그냥 사업만 망하고 돈만 까먹었으면 좋으련만.

이 시기에 사기를 당하고 믿었던 친구에게 돈도

뜯기고 아무튼 인생의 최대고비를 맞게 되었다.


이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자연스럽게 은거 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매일 12시간 넘게 잠만 자고 술에 의존해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이런 나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일어서게 도와준

게 있으니 그것이 바로 요리이다.


문명의 발전으로 스마트 폰 하나면 무수히 나열돼있는 레시피가 있기에 조금의 감각만 있어도

그 어떤 요리도 만들 수가 있는 세상이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돼지목살 묵은지 김치찜으로 도전하였다.


#나만의 레시피#


목살 600그램과 김치 한 포기를 준비한다.

대파도 한 개 썰어놓고 양파도 한 개 썰어 둔다.


그리고 그릇에 진간장 두 스푼 설탕 한 스푼 고춧가루 두 스푼과 다진 마늘 한 스푼을 넣고 잘

저어둔다. ( 스푼은 밥 먹는 숟가락 기준)



큰 냄비에 김치와 고기가 다 잠길 정도 물을 붓고

팔팔 끓여준다. 김치 국물을 보충해 주면 좋다.

육수를 넣으면 좋겠지만, 나에겐 현재 육수 따윈

사치일 뿐이다.

먹다 남은 소주가 있다면 맘 껏 부어주면 좋다.


고기가 익어 갈 때쯤 만들어 놓은 양념장과

야채를 다 함께 때려 넣고 국물이 자박해질 때까지

뚜껑 닫고 졸여준다.

걸쭉한 국물을 원하면 된장 두 스푼을 추가.


30분 정도 후 대충 간을 보고 괜찮다 싶으면 두부를 썰어서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하자.


김치에 양념이 다 돼있기에 어지간하면 먹을 만한

목살 김치찜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진짜 못 먹겠다 싶으면 다시다를 첨가한다.


어쩌나 이래도 안된다면 비장의 무기, 라면 수프를

넣어 죽은 김치찜을 소생시키는 마법을 부려보자.

자!! 이제 맛있게 먹으면 된다.


이렇게 소주 안주 삼아 하나씩 만들어 보던 요리가

어느새 취미로 바뀌고 어려운 요리까지 도전해서

가족, 친구와 함께하며 내가 해준 요리를 대접할 수 있음으로 어느덧 힐링이 되고 기쁨이 되어 나에게

무한의 성스러운 에너지가 채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이로 인해 난 다시 한번 세상밖으로 나와 바닥으로

내쳐진 나의 인생관에 싸움을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었다.


지금은 먹고살기 바쁜 현실에 도전하지는 못했지만 한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처럼 누군가에 힘을 주는

식당을 한 번 해보고 싶은 꿈도 생기게 되었다.


삶에 지쳐 힘들거나 혹은 주저앉고 싶거나

용기가 없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꼭 요리가 아니더라도 난 다시금 소생시킬 수 있는

그 어떠한 것이라도 좋으니, 망설이지 말고 한 번 해보라고....


하다 보면.. 하다 보면.. 또 하다 보면 반드시 길이

보일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는 나도 요리사가 될 수 있어 가 아닌

나도 요리를 할 수 있어로 바뀌게 되었다.


너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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