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는 길
"안녕하세요 선생님. 정회원 신청 가능할까요?"
책을 빌리기 위해 이사 온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은 방문객인 심정으로 지역 정회원을 신청한다.
내가 나고 자라 무릎의 흉터가 깊게 파인 군산의 시립도서관 이후로는 첫 정회원 가입이다.
왠지 오늘 이사 온 것 같아 마음 한편이 괜스레 들떴다.
마음의 이사는 도서관의 정착으로부터 끝나나 보다.
고전 문학과 일상책을 한 권씩 들고 자리를 서성이다 보면
누군가의 엉덩이 자국에 깊게 파인 1인 소파가 날 반겨준다.
디스크가 심해지기 전 일어나야 할 터이니 성실히 책장을 넘겨야만 한다.
1층 안내데스크의 친절한 여사님과의 대화가 마음으로 전염된 것 같다.
성실함과 친절함은 다행히 너무 쉽게 내 삶에 전염된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달라는 할머니를 도와드렸다.
스피커폰으로 연결해 드리고 돌아서면 곧 화목하면서도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존재의 행복은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깨닫는다.
옷에 잔뜩 뿌린 장미향 탈취제가 기분을 좋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