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이쯤 되면 고양이가 나를 보러 온 것 것이다
루루네와 엄마냥이를 또 만났다.
오후엔 거센 소나기가 휘몰아쳤고,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이슬비로 잦아들었습니다.
이슬비가 내리는 시간, 저는 조심스레 퇴근길에 나섰습니다.
그때 또다시 들려온 쉰 목소리의 야옹 —
젖은 흰 양말을 신고 달려온 건 바로 루루였습니다.
루루
루루가 있던 곳은 이 동네 공식 급식소.
역시 통통한 뱃살엔 이유가 있었네요.
그 순간,
또 다른 가늘고 수줍은 야옹 소리!
같은 급식소에서 엄마냥이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로 조용히 따라오는 루나도 보였습니다.
엄마냥이
오늘도 세 친구가
무사히 잘 지내고 있음에 감사하며,
말린 연어 간식을 꺼내려는 찰나 —
루루는 제 우산 아래, 마른 바닥에
쏙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곧이어 루나와 엄마냥이도
하나둘 모여들었고요.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 엄마냥이, 루루, 루나
루루, 루나, 엄마냥이
셋은 간식을 신나게 먹고, 루나는 더 먹고 싶어 다시 급식소로,
루루와 엄마냥이는 근처 건물 지붕 아래로 향했습니다.
루루, 루나우연이라 불리는 것들이
필연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앙드레 말로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걷다
우연히 마주친
비를 싫어할 세 마리 고양이들.
그 작은 만남이
지금의 내 삶을
어디쯤으로 데려왔을까요.
고양이들의 시선에서도
이 우연은 어떻게 정의되었을까요.
어쩌면 필연보다 더 크고,
어쩌면 영원할 운명이었겠지요.
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