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동네 고양이 연대기, 엄마 고양이 편

이 동네에서 네 번째로 만난 고양이는 작고 겁 많은 엄마냥이었다.

by 하얀 연


어느 이른 오후, 평소처럼 건물 뒤편 골목을 지나갔다.
종종 들르곤 하는 편의점으로 가는 지름길인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조용하던 골목 어귀에
서러움이 잔뜩 묻어난 긴 야아옹! 소리가 퍼졌다.
가늘고도 처절한 소리.


고양이 울음인 줄은 알았지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 밑도 몸을 낮춰 살펴보아도 허사였다.


없네.



포기하고 일어나려는 찰나

마치 포기하지 말라는 듯, 또 한 번 들려온 야옹.

그리고, 야옹.


눈을 들자,
내 키보다 높은 담벼락 위, 전봇대에 반쯤 가려진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작은 몸, 불안한 눈.

반가움과는 거리가 먼 그 눈빛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너구나, 엄마냥이.



처음 보는 아이였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엄마냥이라 부른다는 바로 그 고양이.


놀랍게도, 털 무늬도 몰랐고, 얼굴도 처음인데

동네 사람들이 해주던 엄마냥이의 이야기를 듣고

떠올린 이미지 그대로였다.


엄마냥이


엄마냥이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은 적이 있다.


한번도 사람 곁엔 쉽게 다가오지 못했고,

작고 연약한 몸으로
우연히 길 위에서 아이들을 낳았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계절은 너무 혹독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별이 되었고,
두 마리만이 남았다고 했다.


억울이


그 중 하나는,

내가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반겨준
흙 묻은 하얀 털에

초코칩처럼 얼룩이 박힌 고양이,

억울이.




또 하나는,

동네의 유일한 예쁜 삼색 고양이.
보름 전, 예고도 없이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매일 지나치며 인사하던 사람들도,
밥을 챙겨주던 분들도.


그리고... 엄마냥이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을, 그 작은 몸이 감당할 수 있었을까.


엄마냥이


삼색 고양이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이었다.
건강했고, 잘 먹던 아이였으니까.
사람들이 마련해준 겨울집 안에서, 잠든듯 떠났다고 했다.


너무도 의아해서 부검까지 하게 되었지만
적어도 누군가 해친 건 아니었다는 결과에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날 이후 엄마냥이는 변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영역을 벗어나,
조심스럽게 조금 더 멀리까지 나아갔다고 한다.


엄마냥이


그리고 남은 아들, 억울이에게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대해 말하듯
야옹, 야옹, 슬프게 울었다고도.


엄마냥이와 억울이

결국 마음 붙일 곳을 찾은 건,
이웃 고양이 부부 루루루나였다.


엄마냥이가 슬픈 눈으로 다가가 울면,
루루는 몸을 붙여 안아주듯 토닥이고,
루나는 머리를 부드럽게 부딪혀 위로했다.


보름쯤 지나고 나서야,
엄마냥이루루네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엄마냥이와 루나


이제는 언제나 간식을 먼저 먹고,
햇살 가득한 따뜻한 자리를 양보받는다.
비로소, 아주 조금은 웃는 듯한 얼굴이 되어가고 있다.


엄마냥이


엄마냥이는 수많은 길 위의 엄마 고양이들처럼
하루면 딱, 그 하루만큼 버티며 살아간다.


눈물이 나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보려 애쓰는 모습.

그게, 이 아이가 가진 전부의 하루다.


루나, 루루, 엄마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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