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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고양이
03화
03 동네 고양이 연대기, 엄마 고양이 편
이 동네에서 네 번째로 만난 고양이는 작고 겁 많은 엄마냥이었다.
by
하얀 연
May 14. 2025
어느 이른 오후, 평소처럼 건물 뒤편 골목을 지나갔다.
종종 들르곤 하는 편의점으로 가는 지름길인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조용하던 골목 어귀에
서러움이 잔뜩 묻어난 긴
야아옹!
소리가 퍼졌다.
가늘고도 처절한 소리.
고양이 울음인 줄은 알았지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 밑도 몸을 낮춰 살펴보아도 허사였다.
없네.
포기하고 일어나려는 찰나
마치 포기하지 말라는 듯, 또 한 번 들려온
야옹
.
그리고,
야옹
.
눈을 들자,
내 키보다 높은 담벼락 위, 전봇대에 반쯤 가려진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작은 몸, 불안한 눈.
반가움과는 거리가 먼 그 눈빛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너구나, 엄마냥이.
처음 보는 아이였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엄마냥이
라 부른다는 바로 그 고양이.
놀랍게도, 털 무늬도 몰랐고, 얼굴도 처음인데
동네 사람들이 해주던
엄마냥이
의 이야기를 듣고
떠올린 이미지 그대로였다.
엄마냥이
엄마냥이
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은 적이 있다.
한번도 사람 곁엔 쉽게 다가오지 못했고,
작고 연약한 몸으로
우연히 길 위에서 아이들을 낳았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계절은 너무 혹독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별이 되었고,
두 마리만이 남았다고 했다.
억울이
그 중 하나는,
내가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반겨준
흙 묻은 하얀 털에
초코칩처럼 얼룩이 박힌 고양이,
억울이
.
또 하나는,
동네의 유일한 예쁜
삼색 고양이
.
보름 전, 예고도 없이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매일 지나치며 인사하던 사람들도,
밥을 챙겨주던 분들도.
그리고...
엄마냥이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을, 그 작은 몸이 감당할 수 있었을까.
엄마냥이
삼색 고양이
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이었다.
건강했고, 잘 먹던 아이였으니까.
사람들이 마련해준 겨울집 안에서, 잠든듯 떠났다고 했다.
너무도 의아해서 부검까지 하게 되었지만
적어도 누군가 해친 건 아니었다는 결과에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날 이후
엄마냥이
는 변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영역을 벗어나,
조심스럽게 조금 더 멀리까지 나아갔다고 한다.
엄마냥이
그리고 남은 아들,
억울이
에게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대해 말하듯
야옹
,
야옹
, 슬프게 울었다고도.
엄마냥이와 억울이
결국 마음 붙일 곳을 찾은 건,
이웃 고양이 부부
루루
와
루나
였다.
엄마냥이
가 슬픈 눈으로 다가가 울면,
루루
는 몸을 붙여 안아주듯 토닥이고,
루나
는 머리를 부드럽게 부딪혀 위로했다.
보름쯤 지나고 나서야,
엄마냥이
는
루루네
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엄마냥이와 루나
이제는 언제나 간식을 먼저 먹고,
햇살 가득한 따뜻한 자리를 양보받는다.
비로소, 아주 조금은 웃는 듯한 얼굴이 되어가고 있다.
엄마냥이
엄마냥이
는 수많은 길 위의 엄마 고양이들처럼
하루면 딱, 그 하루만큼 버티며 살아간다.
눈물이 나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보려 애쓰는 모습.
그게, 이 아이가 가진 전부의 하루다.
루나, 루루, 엄마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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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사진
고양이
Brunch Book
동네 고양이
01
01 동네 고양이 연대기 - 억울이 편
02
02 동네 고양이 연대기 - 루루, 루나 편
03
03 동네 고양이 연대기, 엄마 고양이 편
04
04 이쯤 되면 고양이가 나를 보러 온 것 것이다
05
05 동네 고양이 연대기 - 간식을 좋아하는 마고 편
동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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