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잠 Jul 16. 2022

청개구리 일기.

첫번째이야기

어느 이른 아침 엄마가 거실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엄마를 처음 발견한 건 아빠였다. 새벽에 나갔다가 들어오시던 아빠가

엄마가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셨다.

그런데 '거실에 나와서 자는구나' 생각하고 아빠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셨다고 했다.

아빠는 80 중반을 훌쩍 넘어 귀도 안들리시는 상태다.   


얼마 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엄마는 기적적으로 혼자 정신을 차렸고 한참 후에야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검사 결과 심장에 혈전이 문제였다. 스탠트 시술이냐 약물치료냐 하는 기로에서 의사 선생님은

고령임을 감안했는지  약물치료로 결정했다.


검사를 하느라고 며칠 상태를 보느라 입원하는 동안 나는 전화로 아빠에게 엄마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아빠도 아파서 그날 아침 응급실에서 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심장이 덜컥했다. 아빠는 심하게 아프지 않고는 응급실에 가시는 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입원하라는 걸 뿌리치고 나왔다고 했다.


아빠를 반 강제로 큰 병원에 데려가 입원을 시키고 검사를 했다.


대장암 4기, 암덩어리로 장이 터질 지경이라 당장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체할 시간도 없었고

실력이 좀 더 좋은 의사를 찾을 시간이고 뭐고 없다고 했다. 당장 수술방부터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 "많이 아프셨을 겁니다."




벌써 7월을 달리는 오늘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이혼을 해야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아이가 어려도 엄마가 도와줄 테니 도와줄 수 있을 때 얼른 이혼하라고 하셨다. 아빠는 "잘 생각했다" 딱! 이 한마디로 굵고 짧은 응원을 해주셨다. 아빠의 마지막 유언이 이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라곤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이혼에 대한 이야기는 이혼 후에도 한마디도 안 하셨기 때문이었다. 유언에 관해서는 후반부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반면에 엄마는 내 속을 시원하게 해 주시려고 그랬는지 갖가지 다채로운 욕으로 전남편을 잘근잘근 밟아주었다. 눈물이 나다가도 그칠 수 있을 만큼 살얼음 냉수 같은 욕으로 나는 위로를 받으며 힘든 시기를 견뎠다.



  속을 참 많이 섞인 딸이었지만 막내라고 이쁨 듬뿍 받고 자란 나는 비가 오는 오늘도 청개구리처럼 빗속에서 흐느껴 운다.


작가의 이전글 오해 다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