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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Oct 02. 2022

금요일 밤의 손님

아이스박스가 넘치도록 잡아오시오.


내겐 금요일의 손님 친구가 있다. 

금요일에 와서 혼자 술을 진탕 먹고 코 골고 잠꼬대 오지게 하며 자다가 

부스스 일어나 아침 먹고 집에 가는 금요일의 손님이다. 


금요일의 손님은 

내일 낚시를 간단다. 

낚시를 갈 적마다

많이 잡아서 담아오려고 아이스박스를 꼭! 가져가지만

저번엔 감성돔 한 마리 잡았고 

그다음엔 붕장어 한 마리 잡았고

그 다다음엔  이름 모를 물고기를 두 마리 잡았다. 


아이스박스가 아까워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닌 것 같다. 




그가 낚시하는 모습을 나는 좋아한다. 

낚시에 온 열정을 쏟아붓는 그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낚싯대 잡으면 안 놓는 그는 밥도 먹지 않고 낚시를 한다. 



만약 고깃배를 빌려서 낚시같이 하자고 하면 거절해야만 한다.

안 그럼 난 저혈당으로 죽을지도 모른다. 

만약  따라가고 싶으면 

충분한 먹을거리를 확보해놓고 가야 한다. 



금요일의 손님이 내일 낚시하러 가는 곳은 강화도다. 

다행히 나보고 가자고 하지 않았다. 

내가 폭풍 기침으로 물고기 다 쫓아버릴 수도 있는걸 눈치챘나 보다. 

(나는 지금 폐렴의 끝을 기침으로 달리고 있다)


내일 함께 낚시하러 가는 분도 

아이스박스를 가져갈 것이다. 

근데 내가 알기로 낚싯바늘에 미끼를 못 끼우는 분이라고 알고 있다. 충격적이다. 

그래서 아마 그 아이스 박스는 

물고기를 잡아온다기보다

하루 동안 굶지 않기 위해 식량을 담아가는 용도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그냥 이건 내 추측이다. 




난 금요일 밤의 손님을 낚시에 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었다. 

 (사실 난 내일  고깃배 표류기 같은걸 쓸 수도 있던걸 면하게 되었다.)



그 허락해준 감사의  대가로 잡은 고기 한 마리를 준다고 했는데

난  욕조에 키울 예정이니 살려서 가져다 달라했다. 

금요일의 손님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백 마리를 잡아도 살아서 데려오긴 힘들 것이다. 

그리고 난 욕조도 없다. ㅋㅋㅋㅋㅋㅋ



금요일의 손님은 당황할 때 귀엽다. 

얼굴이 빨개진다. 난 그걸 보는 게 좋다. 

금요일의 손님이 내일 아이스박스에 물고기를 가득 싣고 

귀까지 빨개져서 나보고 몇 마리 줄까 물어보면

아이스박스를 달라고 해야지. 



냐하하하하.



무사히 잘 다녀와라 금요일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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