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아가야. 너 이거 먹을래?"
나와 아이가 현관문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었다. 웬 여자가 내 아이에게 붕어빵을 준다.
내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내 아이는 붕어빵을 가져가 입에 넣는다.
"우리 아이가 먹던 건데 깨끗해요."
그리고 이거 줄게요 아이 줘요. 그녀는 크리스피롤 과자 몇 개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언덕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나는 아이한테서 붕어빵을 뺏었다. 아이가 울었다. 나도 눈물이 났다.
아이가 돌이 지나고 나는 친정엄마랑 싸웠다. 엄마는 늘 나에게 거지라고 했다. 그런 말 할 거면 오지 말라고 했고 아이가 먹을 간식과 내가 먹을 밥을 싸 오던 엄마가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
난 배가 고팠다. 아이가 먹다 남긴 분유젖병이 보였다. 미지근한 온도와 비릿한 맛이 혀에서 느껴졌다.
그렇게 라도 고픈배를 채워야 했다. 그래야 아이를 돌 볼 수 있으니까. 엄마말대로 난 거지가 맞다.
오래된 폴더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내가 미안해...
엄마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아이에게 떡을 잘라주니 게눈 감추듯 먹는다.
엄마가 비닐봉지를 하나 내밀어 내게 주었다. 그 안에는 속옷이 들어있었다.
"너 팬티가 너무 낡았더라. 버리고 이거 입어"
남편은 아무리 닦달하고 사정해도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아이 기저귀와 분유만 인터넷으로 시켜주고 나 몰라라 했다.
이제 이유식도 해야 하는데 돌이 지났는데도 하지 못했다. 남편은 내가 일을 했으면 했다.
아이는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남편은 지방으로 가고 나는 서울에서 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주말 부부. 남편은 주말부부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임신 중 외도한 전적이 있는 남편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혼을 했고.
아이는 엄마에게 맡기게 되었다.
마흔넷. 아픈 몸. 어린 아들.
무엇하나 쉬운 것은 없었지만 아이만 생각하기로 했다.
거지와 다름없었고
쉬운 건 하나도 없었고
아픈 몸은 나아지질 않았지만
아이만 있으면 난 이겨낼 수 있다.
아이는 등대처럼 어두운 나의 길을 비춰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