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 퇴직 하신 분들을 자주 뵌다.
이직을 위한 퇴사도 있지만, 창업 혹은 개인적 뜻을 이루기 위해 퇴사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차곡차곡 계획된 퇴사도 있고, 그렇지 못한 퇴사도 있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퇴직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룰은 이제 라떼이야기가 된 듯 하다.
나도 작년 두 번의 퇴사를 했지만, 사실 코로나가 이렇게 미쳐 날 뛸 줄 알았다면 다시 한번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KISTEP이란 정년이 보장되는 나름 뽀대도 좀 나는 곳과 모빌리티 업계에서 주목 받는 (당시)코드42를 뛰쳐 나오기 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어째든 퇴사. 회사가 싫어서 퇴사한 것도 아니기에 퇴사하겠다고 회사에 이야기 하던 때의 떨림이 지금도 생각난다. 한 두번 한 것도 아닌데.
퇴사 후 '왜 그 나이에 철밥통 회사와 잘나가는 스타트업에서 뛰쳐 나왔는가?'라는 질문으로 인터뷰 하자는 언론들도 있어서 나로서도 급 얼떨떨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조직 생활을 뛰쳐나온 첫해 2020년은 쉽진 않았지만 나름 재미있고 의미있는 한해를 보냈다. 감사드립니다.
올해 두 번 흔들릴 만한 오퍼도 있었다.
몇 일 고민하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잘 한 선택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최소한 일 년은 마음 먹은데로 혹은 흐르는 데로 살아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가끔 생각나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도 오퍼가 올까? 오면 흔들릴까? ㅎㅎㅎ
올해 누군가를 다른 회사에 소개도 추천도 해드리면서 좋은 결과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누구나 퇴사의 이유는 있고, 새로운 직장에 대한 갈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도 만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퇴사다. 그렇다고 퇴사를 맘먹은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일단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라고 퇴사하신 분들께는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직 혹은 기약없는 퇴사를 했더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경우 퇴사 후 1월 바로 CES로 가서 샌프란시스코-산호세까지 다녀왔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 여행이다. 아...물론 자신만의 시간 동안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들이 현실로 오면 리셋될 수도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째든 미국 다녀와서 아차 싶었던 게 바로 '돈'이다. 물론 해외로 가족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소속도 없는 상태에서 나홀로 그것도 물가 비싼 동네를 다녀오니 억소리 나는 카드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경제플랜도 중요하다는 걸 퇴사 후 에서야 깨달았다. 벌어 놓은 것이 없다는 현실을. 그렇다고 퇴사를 되 돌릴 수도 없고...
어째든 여기저기서 '퇴사'라는 단어가 난리다. 후배들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을 취업도 시켰고 추천도 했지만, 기약없는 자발적 나의 퇴사는 또 다른 문제였다. 나 역시 퇴사를 생각할 땐 '퇴사'라는 키워드로 브런치의 거의 모든 글들을 읽어 본 것 같다. 퇴사를 결심한 분들은 조금 있으면 반납할 사원증에 찍혀 있는 로고를 다시 한 번 볼 필요도 있다. 현재 만큼 대우와 복지를 받지 못할 확률도 적지 않고, 이직 케이스가 아니라면 회사에서 누군가 지원해 주던 업무들을 하나 하나 배워서 해야 할 수도 있다. 정말 누군가 해주던 일들을 혼자 처리 해야 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지도 깨달았다.
추운 겨울에 '퇴사'하시는 분들 모두 따뜻한 2021년을 기원합니다.
감히 여러번 퇴사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꼰대 같은 조언을 하자면, 이직이 결정되지 않은 다른 계획으로 '퇴사' 하시는 분들께는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그 과정에서 너무 흔들리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과의 끈을 계속 놓지 마시구요. 저도 마찬가지네요...건승을 기원합니다.
_ 2021년을 계획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