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사람이 된 콩쥐

by woon

콩밭에 콩쥐가 아빠쥐와 살고 있었다. 엄마쥐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아빠쥐는 콩쥐를 보살폈다. 콩밭 옆에 팥밭에는 팥쥐와 팥쥐 엄마가 살고 있었다. 콩밭의 농부는 콩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덕분에 콩쥐와 아빠쥐는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팥밭의 농부는 게을러서 팥의 수확량이 적었다. 하물며 팥밭 농부는 팥 밭에 떨어진 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주워갔다. 그렇다 보니 팥쥐와 엄마쥐는 항상 배가 고팠다. 팥쥐 엄마는 콩쥐가 고생스럽게 모아 놓은 콩을 몰래 훔쳐 먹었다. 급기야 팥쥐 엄마는 콩밭을 차지하기 위해 매일 생트집을 잡으며 콩쥐 부녀를 괴롭혔다. 콩쥐는 억센 팥쥐 엄마에게 대항할 힘이 없었다. 아빠쥐는 콩쥐를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했다. 콩쥐를 알고 있는 동물들도 팥쥐 엄마의 횡포에 분노했다. 특히 두꺼비는 콩쥐의 슬퍼하는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콩쥐는 매일 밤 연못에 가서 기도했다.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쥐를 위해 그리고 아빠쥐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팥쥐와 팥쥐 엄마를 위해서 기도를 했다. 콩쥐의 마음은 어질고 착했다. 보름달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던 그날도 콩쥐는 연못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하려고 연못으로 내려왔다. 콩쥐는 그날도 마음을 다해 기도를 했다. 쥐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자, 목욕을 하던 선녀가 이상하게 여겨 콩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콩쥐야 무슨 사연이 있어 이렇게 슬프게 울고 있어?”


선녀의 부드럽고 따듯한 음성에 콩쥐는 울컥했다. 엄마의 목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가엾은 콩쥐야 내게 얘기해 보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콩쥐는 선녀님에게 그동안 있었던 팥쥐 모녀의 악행에 대해 말했다. 선녀는 콩쥐의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다.


“콩쥐야, 그럼 악덕한 팥쥐 엄마를 혼내 줄까?”

“선녀님, 안 돼요. 그럼 팥쥐 언니가 불쌍해져요.”

“너를 괴롭힌 팥쥐 엄마가 밉지 않아?”

“네 팥쥐 언니 엄마는 배고픈 팥쥐 언니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콩쥐는 정말 착하구나! 그럼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될까?”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빠와 같이 사람이 되어서 콩밭 농부처럼 살고 싶어요.”

“농부? 이왕 사람이 되려면 왕이나 양반이 되면 좋지 않을까?”

“아니요. 저는 오래전부터 농부가 되고 싶었어요.”

“왜 농부가 되고 싶은 거야?”

“지난가을, 콩을 수확하는 농부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어요. 농부는 비가 오는 날에도,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는 무더운 날에도, 열심히 일을 했어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왜 농부는 힘든데도 저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 걸까? 그런데 그 이유를 알았어요. 농부가 콩을 수확할 때 그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어요. 저도 사람이 돼서 농부의 기분을 느껴 보고 싶어요.”


선녀는 콩쥐에 말에 탄복했다. 선녀는 콩쥐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이 되는 방법은 천기누설이기 때문에 옥황상제의 허락 없이는 누구에게도 가르쳐 줄 수 없었다. 선녀는 옥황상제에게 벌 받을 각오로 콩쥐에게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콩쥐야, 사람이 되는 방법은 사람의 손톱을 먹어야 한단다.”

“사람의 손톱을요?”

“그래, 사람의 손톱! 콩밭의 농부가 부지런하다고 했지?”

“네”

“다행이야, 부지런한 농부는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손톱이 콩밭에 떨어질 거야, 그 손톱을 먹으렴, 꼭! 부지런한 농부의 손톱을 먹어야 해, 그래야 너에게 행운이 올 거야, 알겠지?”

“네 선녀님!”

“그리고 사람이 되는 방법을 누설하면 안 된다!”

“네, 명심할게요!”


선녀는 날이 밝아오자 하늘로 올라갔다.




날이 밝자, 언제나 그랬듯이 일찍 농부가 콩밭에서 일을 시작했다. 풀을 뽑고, 밭을 갈고, 물을 주고 농사일은 참 할 일이 많았다. 해 질 녘에 농부가 일을 마쳤다. 콩쥐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농부의 손톱을 찾았다. 손톱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날 밤 콩쥐는 아빠쥐에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를 했다. 아빠쥐는 사람의 손톱을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콩쥐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빠, 제가 먼저 먹어 볼게요. 만약 제 몸이 이상하게 변하면 아빠는 먹지 마세요.”

“콩쥐야 네가 잘 못 되면 아빠는 못 산다!”

“아빠, 잘 못 된다고 해도 지금 보다 더 나빠지겠어요!”


콩쥐는 손톱을 먹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하얀 안개가 사방을 휘감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섬광이 번쩍였다. 그 순간 콩쥐의 몸으로 무엇인가 들어갔다. 아빠쥐가 눈을 떴을 때, 작고 귀여운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콩쥐가 정말 사람으로 변했다. 아빠쥐는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콩쥐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신기했다.


콩쥐는 아빠쥐에게 손톱을 주었다. 아빠쥐는 손톱을 받아 들고 갉아먹었다. 아빠쥐에게도 신기한 현상이 펼쳐지면서 사람이 되었다. 사람이 된 아빠쥐는 몸은 약해 보였지만 온화하고 인자했다. 콩쥐와 아빠쥐는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섬광이 비치더니 집과 곡식 그리고 옷감들이 놓여 있었다. 선녀님이 왜 부지런한 농부의 손톱을 먹으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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