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두려웠던 두근두근 첫 외출

by 동상

그동안 난 혼자 다른 사람과 떨어져 외로이 격리되어 지내왔다. 나의 탈출에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인지 흑막들은 절대 나를 독방을 제외한 다른 장소로 데려가지 않았다. 나는 탈출할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철옹성 같이 굳게 닫힌 철문을 보며 좌절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힘껏 밀어봤자 조금도 움직이지 않겠어. 내가 탈출하려면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는 건가.' 난 나 자신을 자평하며, 묵묵히 흑막들 몰래 힘을 길러왔다. 흑막들은 모르겠지만 난 무려 5초 동안이나 내 머리를 들 수 있었다.


내가 10초를 위하여 묵묵히 정진하고 있을 때 예기치 않은 기회가 생겼다. 무슨 일인지 흑막들은 나를 데리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예전에 들어왔을 때처럼 나를 2중으로 꽁꽁 싸매었지만 난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어.' 그 무거운 철문을 남흑막은 쉽사리 열었고 나를 안은 여흑막이 남흑막과 함께 여러 문들을 통과했다. 예전에 나를 독방으로 데리고 왔던 그 증오스러운 '아빠차'를 다시 타게 되었다.


한 없이 조용했던 독방과 달리 아빠차는 무척 시끄러웠다. "안전 운전하세요." "300미터 후 좌회전입니다." 등 생소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남흑막은 그 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남흑막을 조종하는 또 다른 여흑막의 등장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남흑막의 지위는 낮은 거야.' 내가 남흑막을 불쌍히 여기고 있을 때 아빠차는 어딘가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은 내가 처음 있었던 장소와 비슷했다. 하얀 옷을 똑같이 입은 많은 감시자들이 곳곳에 있었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불쌍한 사람들과 그들을 데리고 온 무시무시한 흑막들로 북적였다. '이곳이 바로 흑막들의 아지트구나.' 나와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보며, 왠지 모르는 위안을 받고 있었을 때 한 감시자가 나에게로 와 나의 자그마한 귀에 이상한 것을 꽂았다. "삐빅" "정상입니다." 감시자가 무슨 말을 하고 흑막들을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안내한 곳에 여흑막은 나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4.3킬로입니다." 무언가 나를 평가하는 듯해서 기분이 나빠졌으나 난 탈출을 위해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느라 신경 쓰지 못했다. 이후에 벌어질 일을 알았다면 이때부터 울었어야 했는데 후회스럽다.


이런저런 나에 대한 평가가 끝나고 나를 속박하던 천들이 풀어헤쳐졌다. 난 그때 멍청하게도 멀뚱멀뚱 여흑막을 쳐다보면서 '왜 이러지.' 이런 의문만 가지고 있었다. 나의 소중한 속살들이 부끄럽게 외부에 노출되었다. 난 갑작스러운 노출에 여흑막이 나를 꼭 붙잡는 걸 깨닫지 못했고 하얀 옷의 감사자가 나에게로 와서 내가 미처 저항도 하기 전에 내 다리에 투명한 무언가를 꽂았다. 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다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울부짖었다. "응애 응애" 첫 외출이 나를 살해하기 위해서였던가?


난 왜 내가 벌써 죽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지 등 오만가지 생각을 했지만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뿐이었다. 죽음과 같던 고통이 지나가고 어처구니없게도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흑막들은 잔인하게도 아무 의미 없이 나에게 고통만 줬다. '왜 나를 괴롭히나.' 여흑막은 우는 나를 보면서도 담담히 다시 천으로 감싸 다른 감시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감시자는 남흑막과 여흑막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며, 종이에 있는 첫 번째 글자 앞에 체크했다. 놀랍게도 그 종이에는 무수히 많은 글자들이 있었다. 특히 다음 줄에 있는 것은 5개가 넘어 보였다. 난 순간 두려움에 온몸이 떨렸다. '이게 만약 내가 고통받아야 하는 것들이라면.' 기회는 위기와 함께 온다지만 이건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두렵다. 탈출의 기회로 두근거렸던 외출이 두려운 공포로 나에게 왔다. '누가 이 고통에서 날 살려줘~' "응애 응애"



목요일 연재
이전 09화제 9화 여흑막의 당근, 흑백 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