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출을 다녀온 뒤 예정된 고통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에 한동안 난 두려움에 떨었다. 그 두려움의 실체는 아직은 멀지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외출에서 탈출의 기회를 엿보는 것은 더 이상 나에게 선택지가 아니었다. 독방에서 탈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내가 탈출을 위해선 먼저 달성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바로 바로 '뒤! 집! 기!'.
놀라지 마시라. 난 드디어 고통스러운 터미 타임을 버티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도 바닥에서 떨어지도록 들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탈출을 위해선 너머야 하는 산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나를 막는 저 거대하고 시리도록 차가운 철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선 그 철문 앞으로 가야만 한다. 누워서 갈려고도 해 봤으나 천장만 보고선 방향을 잡을 수가 없어, 앞을 보기 위해선 나의 무거운 몸을 뒤집어야만 했다.
그 대단한 고개를 가누는 것은 뒤집기에 비하면 15분 동안 젖병으로 우유 마시는 일에 불과할 뿐이었다. 뒤집기는 머리만 사용해서는 아무리 시도해 보았으나 처참히 실패했다. '나의 몸아 머리를 따라 제발 움직여.'라고 가슴으로 소리쳐 봤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꿈적도 하지 않아 나 자신이 미워지는 그 분함에 소리쳐 울었다. "응애 응애"
시원스레 울어 분함을 괘씸한 흑막들에게 풀려고 하니 흑막들이 나를 진정시키려 급박하게 다가왔다. 난 그런 흑막들이 미워 손을 들어 힘껏 밀치려고 했지만 창피하게도 나의 짧디 짧은 팔은 흑막들에게 닿지 않고 나의 몸만 한쪽으로 기울 뿐이었다. '어라 내 몸이 돌아가는데.' 난 새로운 사실과 세상의 은밀한 진리를 깨달았다. '팔을 흔들면 몸이 흔들린다.' 아직도 모를 수도 있는 이를 위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팔을 더 세게 흔들면 언젠가는 몸이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뒤집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난 이걸 알아차린 것을 숨기기 위해 울음도 뚝 그쳐버렸다.
그때부터 난 흑막들 몰래 팔을 이용해 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약하기 그지없어 누운 자리가 불편해 뒤척이는 모습과 비슷했지만 점점 나의 몸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난 팔 뿐만 아니라 머리도 같이 움직였으며, 더 발전하여 머리까지도 함께 흔들었다. '흔들흔들' 아슬아슬하게 나의 몸이 뒤집어 지려고 했지만 나의 왼팔에 걸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수십 번이었다. 마지막 관문이 바로 나의 소중한 왼팔이라니. 적은 역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관문인 왼팔마저도 결국 뛰어넘었다. 흑막들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난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나의 감격스러운 첫 성취. 나의 첫 발걸음. 수많은 힘들었던 나날들을 기억하며 너무나 행복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런 좋았던 순간도 잠시, 난 미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근데 다시 어떻게 돌아가지.' 아무리 힘을 써봐도 엎드린 상태에서 꼼짝달싹도 못해 그대로 있을 수 박에 없었다. 내가 훈련했던 고개 들기도 점점 힘들어 나의 고개는 점점 바닥에 가까워지면서 만나고 말았다. 머리도 아파오고 숨도 쉬기가 불편해져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응애 응애"
흑막들은 나의 울음소리에 나에게로 왔다. 그들은 내가 숨기고 싶었던 나의 뒤집은 모습을 보더니, 슬프게 우는 나를 들어 올리면서 너무나도 기쁘게 웃으며 방긋방긋 좋아했다. 우는 나와 웃는 흑막들. 숨기려 했던 나와 찾은 흑막들의 대비되는 모습에 한없이 나를 자책했다. '왜 뒤집은 뒤를 생각하지 못했어. 이 바보야!'
나의 은밀했던 탈출 시도는 나의 미흡한 준비로 실행해 보기도 전에 처음부터 발각되었다. "응애 응애"
"하하 하하" 나의 슬픈 울음과 흑막들의 행복한 웃음이 함께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