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흑막의 고문과 같은 터미타임은 계속되었지만 여흑막은 두려웠던 첫인상과 달리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속지 않는다. 내가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남흑막보다 여흑막이 더 사악하다는 것에 내가 살아온 인생 전부를 걸 수 있다.
남흑막이 나를 내버려 두고 기다란 의자에 앉아 쉬려고 하면 여흑막은 어떻게 알았는지 곧장 남흑막에게 뭐라 뭐라 이야기했다. 여흑막의 조종을 받은 남흑막은 기합이 바짝 들어간 표정으로 나에게 와서 터미타임을 하기 시작했다. 남흑막은 실질적으로 여흑막에 조종받는 가련하고 불쌍한 존재일지 모른다.
여흑막은 너무나도 지능적이다. 남흑막처럼 나를 괴롭히지 않고 도리어 잘해줬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게 바로 고도에 전략인 좋은 경찰, 나쁜 경찰이었다. 여흑막은 나를 위한 것 마냥 손수 무언가를 만들었다. 내가 봐도 척척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제법 손재주가 있어 보였다. 1~2시간이 지나고 나서 여흑막이 만든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줄에 흑백의 물체가 여러 개 달린 신기하게 생긴 것이었다. 얼마나 신기한지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잡아보려고도 했었다.
'아니야 아니야 정신 차려, 저걸로 나를 묶으려고?' 나는 긴장하며 여흑막을 노려보았다. 여흑막은 내 생각과 달리 그 흉악한 물체를 남흑막에게 주며 당연하다는 듯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남흑막은 신속하게 그 물체를 내 침대 위에 매달아 달아 놓았다. 이것만 봐도 상하관계는 명확했다. 여흑막이 위다.
나는 강제적으로 내 침대 위에서 움직이는 물체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자세히 보니 그 물체들은 흑백의 다양한 모양들로 되어 있었고 천천히 내 눈앞에서 회전했다. 나는 가만히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계속 그것을 보면서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기분도 좋아졌다. '나를 세뇌시키는 장치야.' 나는 불현듯 깨닫고 저항하기 위해 힘차게 울었다. "응애, 응애"
이미 늦어 버렸다. 억울하게도 나의 의지와는 달리 세뇌가 되었는지 더 이상 울지 못하고 서서히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응 ㅇ ㅐ~, ㅇ ㅡ ㅇ ㅇ ㅐ~" 나는 사악한 여흑막의 계략에 무기력하게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