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무지개를 봤을까.
아이들을 보며 기억을 되짚어 봤다.
어제 오전에는 날씨가 쨍하더니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회사 옆을 흐르던 개천이 많이 불어나 있었다.
이렇게 내리던 비는 점점 잦아들더니 퇴근할 때쯤 돼서는 가랑비 수준으로 변해 있었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 내리니 이미 비는 그쳐 있었고 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었다.
눈을 베란다 쪽으로 돌렸다.
길 건너 아파트 뒤로 무지개가 보였다.
거실로 나와서 아이들에게 무지개가 떴다고 이야기해 줬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무지개를 보며 '우와~'만을 반복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기억을 되짚어 봤다.
'내가 언제 처음으로 무지개를 봤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것 같다.(당시는 국민학교 1학년)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마당에서 놀다가 근처에 있는 낮은 산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산에 걸쳐서 무지개가 보였다.
처음에는 놀랐던 것 같다.
저게 무지개구나.
그다음에는 실망감이 느껴졌다.
'무지개 색깔은 빨주노초파남보라고 했는데 색깔 구별이 안되잖아.'
그림책에서 보는 것처럼 색마다 경계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무지개를 봤지만 처음과 같은 느낌은 없었다.
아이들을 보니 '나도 저렇게 좋아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 아이들이 부럽다.
처음 경험해 보는 것도 많고 감탄할 수 있는 것도 많고 표현도 나보다 훨씬 잘한다.
계속 저렇게 세상 만물이 아이들이게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