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엔 기온이 내내 영상일 거라고, 봄 날씨를 기대하게 만드는 예보를 들은 것도 같은데, 마지막 동장군이 차마 물러가지 못하고 이번 주말 동안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다. 집에 있을 땐 쏟아지는 햇볕에 날이 따뜻하려나 했는데 밖을 나서니 칼바람이 옷을 여미고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좀 자란 듯 하지만, 아직 만 네 살과 두 살을 집에서만 육아하기란 영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이건 아이들이 커갈수록 마뜩잖은 일일 테다. 점점 에너지가 차고 넘칠 두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걸 심심해하겠지.
오늘은 롯데월드 야간 퍼레이드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한 날. 남편이 좀 일찍 가서 놀다가 야간퍼레이드까지 보고 오는 건 어떠냐고 물었지만 내 대답은 ”아니”라는 단칼. 놀이공원에서 어린 두 아이를 두 끼니 이상 데리고 노는 건 상상만 해도 노동 강도가 지나치다.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그냥 우리의 목표는 회전목마를 포함한 놀이기구 두어 개와 빛의 향연, 야간퍼레이드면 족하다.
그렇게 오전엔 집에서 시간을 때웠다. 아이들은 나갈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는 오랜만에 일찌감치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몸이 한껏 늘어졌다. 누워 있는 내 옆에서 큰 아이가 일어나라고 치근거려도 꼼짝 않고 갖은 핑계를 다 댔다. 너네는 어려서 괜찮지만 엄마는 어른이라 오후에 놀려면 오전엔 좀 체력을 아껴야 한다고.
아이가 전부를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그래도 오후에 놀이공원을 가려면 엄마가 누워있어야 하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인 건지 얼마간 작은 아이와 둘이 놀기도 했다.
이렇게 피곤해서 잘 다녀오려나 싶었지만, 그래도 나름 체력을 아낀 게 맞는 모양인지 큰 힘 들이지 않고 퍼레이드를 다 보고도 어린이 범퍼카까지 타고 돌아왔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어서는 큰 아이가 너무 아쉬워하며 눈가가 그렁했다. 더구나 다 놀고 나서 풍선을 사주겠다 약속을 해두고 까먹어 주차장에서는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남편이 빨리 뛰어다녀와 볼까도 했지만, 이미 폐장을 할 시간이라 무리일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빠른 시일 내에 또 와서 놀이기구를 많이 타고 풍선도 사자고 약속하는 걸로 아이를 달랬다. 생각보다 쉽게 울음을 그치고 알겠단 대답도 들려주었다.
사실 놀이공원이 네 가족이 심심하면 드나들 만큼의 가격은 못 된다. 그럼에도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기꺼이 찾아가는 건 두 아이가 이를 즐기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혼 전엔 퍼레이드에 큰 흥미도 없었고, 왜 자리까지 맡아가며 보는지 몰랐다. 지금은 이것만을 목적으로 오기도 하니 그 진가를 안다고 해도 좋겠다.
오늘 두 아이도 행복했던 듯하다.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앞뒤 상황, 맥락 없이 퍼레이드를 보는 도중에 툭 건넨 것을 보면 마음에 기쁨이 넘실거렸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쉬움이 컸음에도 나의 말에 금방 달래지고 수긍을 했던 것도 아마, 이미 충분히 행복해서 가능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