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엄마 배 아파”

by 향작

하루 종일 피곤함이 가시지 않다가 두 아이가 곤히 잠든 밤이면 스멀스멀 깨어나는 정신이 이상하다. 그렇게 깬 육체는 정신을 지배하고, 아무리 눈이 뻑뻑하다, 피곤하다 아우성을 쳐도 무언갈 보거나 읽거나 시간을 물고 늘어진다.

그렇게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다섯 시간 후면 깨어날 아이들 생각에 서둘러 눈을 감는 시늉이라도 한다.




눈을 감고 잠든 지 기껏해야 한 시간이 지났을까. 작은아이가 요란하게 뒤척인다. 결국 완전히 잠에서 깬 듯, 엄마를 부른다. 그리고 뱉는 말이 아닌 밤중에 “엄마 배 아파..”


배가 아플 일이 없는데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게 수상하고, 이제 막 깊은 잠에 빠지려는데 그런 날 기어이 건져 올리는구나 싶어 야속하고, 아무래도 엎어져 누웠다가 돌아누웠다가 일어나 앉았다가 쉬이 잠자릴 잡지 못하는 아이가 진정 배가 아픈 게 맞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난다.


왜 배가 아플까. 열도 나지 않고 돌연 설사나 구토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연유로 이 새벽에 배가 아플까. 저녁도 잘 먹었는데.

해줄 수 있는 게 딱히 없어 따뜻한 찜질팩을 가져다 배에 얹어주고 머리를 쓸어주고, 체기인가 싶어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눌러도 봤다가, 배도 문지르고 등도 토닥여 본다. 그러는 동안 자장가도 불러준다. 얼마만인지 모를 자장가.




결국 아이는 약 한 시간 정도를 뒤척이다 방금 막 잠이 들었다. 자장가 세네 곡을 돌림노래처럼 수십 번 부르다 끝엔 만병통치이길 바라는 “엄마 손은 약손”으로 끝이 났다.


아이가 아프지 않고 편히 잠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몸을 쓸어주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동안 어렸을 적 내가 아팠을 때 엄마가 해주던 것들이 생각났다. 희한하게 아플 적마다, 엄마가 집에서 주로 활동하는 공간인 좁은 부엌 바닥에 엎어져 누우면 곧잘 괜찮아지던 순간들도 함께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고스란히 느꼈던 엄마의 사랑을 나의 아이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플 때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란 사실을 알고, 엄마는 언제나 제 곁에서 품을 내어주고 안아주는 사람이란 걸 기꺼워하기를 바랐다.

내 손길이, 소곤대는 목소리가 아이를 낫게 할 순 없겠지만 아픈 걸 잠깐 잊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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