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은 아이 어린이집에서 진급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오후 7시에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나는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오리엔테이션의 본 내용은 3-40분이면 끝이 나는 정도인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간 선생님과 학부모의 소통을 모두가 기다렸던 듯, 아이들 이야기, 원 운영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이야기 등등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눴다.
이야기 중 하나는 아이들을 훈육하는 것에 대한 내용으로 이제 원 내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혼내는 게 조금 힘들어져 그저 아이 곁에서 밀착 케어하는 방식으로 돌본다는 말이 나왔다.
이보다 몇 주 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작은 아이를 데리러 간 나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다른 친구의 눈 주위를 물었다는 얘길 듣고 기함했다.
놀이를 한 후 아이가 정리를 하는 중에, 친구가 더 놀고 싶었는지 공(이라고 기억하는 장난감)을 던지며 놀았다고. 아이는 정리를 하고 싶었던 건지 하지 말라고, 정리해야 한다고 안된다고 나섰고 그래도 친구가 계속 던지고 놀자, 순식간에 입이 닿는 곳을 앙 물었다는 것이다.
너무 놀랐다. 아이가 심하게 물지 않아 상처는 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우선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이는 신을 신으며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이해했는지 풀이 잔뜩 죽어 내 눈치를 봤다. 그리고 마치 이실직고하듯 말했다.
“나 때문에 00 이가 아야 했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 어머님의 연락처를 알음알음 물어 연락을 취했다. 통화가 가능하단 답변에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얼마나 속상하고 놀라셨을지,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조차 없어서 죄송하다는 말만 튀어나왔다. 아이를 잘 가르치겠다는 말, 정말 엄하게 가르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 외에는 사실,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너무 면목이 없었다.
친구 어머님께서는 상처가 없어 다행이라며 나의 사과를 너그러이 받아주셨다. 전화를 끊고 관련한 내용으로 어린이집 알림장을 통해 아이가 이런 일을 다시는 하지 못하도록, 집에서도 엄하게 가르칠 테니 원에서도 잘못은 크게 꾸짖어달라고 부탁했다.
종종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듣다 보면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선생님의 대처가 괜찮은지, 내 아이가 받은 상처가 타당한지 등, 내가 너무 내 새끼 어화둥둥하느라 놓치는 건 없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생각의 꼬리를 문다.
거의 매 순간 내려지는 결론은 단 하나다. 내 아이는 아직 미숙하여 배울 점이 차고 넘치고, 혼이 날 짓을 할 수도 있으며, 그럴 때엔 혼이 나는 게 마땅하다는 것. 원에서의 훈육은 내 아이를 해하는 일이 아니라 도리어 내가 가정에서 아이를 더욱 수월하게 돌볼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아이에겐 거름이 되어준다는 것. 무엇보다 내가 믿고 아이를 맡기고 있는 원 내 선생님들이 비단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돌보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 우리는 창과 방패의 관계가 아니라 아이들을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내야 하는 의무를 지닌 협력자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