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by 향작


마지막 일기가 지난해 9월 11일이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언제나 '일기 써야지' 했지만,

돌아서면 잊었고 뭐든 쓰고 싶었지만 무얼 써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버거웠다.


하루하루, 겪어나가는 일들을 가볍게 쓰자고 생각했지만 막상 텅 빈 화면을 보고 있자면 대단한 걸 써내야 하는 사람처럼 망설여졌다. 누구도 압박하지 않고, 아무도 기대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랬다. 그럼에도, 뭐라도 써낸 뒤의 뿌듯함만큼은 쓰기 이전의 망설임엔 비할 데 없이 컸다.

그래서 항상 다시 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일기에서 밝혔듯이 보육교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 한 학기 학점 인정을 받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제 나는 아이들이 등원을 한 이후에 카페로 출근하지 않고, 공유오피스로 출근한다. 정말 회사로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처럼 꼬박꼬박 출근 도장을 찍는다. 9시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는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 '글'을 쓰고, 보육교사 자격 과정 강의를 두 과목 정도 수강한다. 이후 3시엔 집으로 퇴근해 저녁을 만들어 두고, 짧게나마 집안일을 하다 보면 금세 두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 시간이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 씻기고 저녁을 먹이다 보면, 남편이 오고, 나는 공유오피스로 다시 출근을 한다. 대체로 저녁 7시 이후가 되는데, 사실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힘들긴 하지만 공유오피스를 빌린 돈이 아까워 뭐든 하자는 생각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본다. 밤 시간엔 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공모전 준비를 하며, 당선된 드라마 기획안 및 대본을 읽거나 장편소설 각색 일을 위해 원작을 선별하는 작업도 빼먹지 않고 한다.


작년 5월 공모전에 떨어지고 마음을 얼마간 접어둔 뒤, 가계에 도움이 되고자 보육교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면서 도리어 글에 대한 여유나 갈망이 더 생긴 듯하다. 다른 일을 하면서라도 끊임없이 노력해 봐야지, 하다 보면 언젠가 되겠지란 생각에 매 달 한 편의 단막을 완성해 보자는 다짐을 했더랬다. 완성도가 좋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이야기를 만들어야지, 그러다 보면 글 쓰는 근육이 자라겠지, 뒤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야지, 마음먹었다.


사실, 한 달에 단막 한 편을 써내는 일이 쉽지 않다. 다른 일들을 하지 않았어도 가능했을까 의문이 드는 일을, 시간을 쪼개고 쪼개 쓰며 하려고 하니 목표 설정 자체가 욕심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매 해 나는 조금 더, 바쁘게 살고 있는 듯하다. 조금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것도 없잖아 있다. 노력하다 보면 뭐든 될 테고, 바쁘게 살다 보면 내게 주어지는 게 있겠지.

오늘도 해가 지고 출근한 공유오피스에 앉아 뻑뻑한 눈을 비비며 마음을 다잡는다.




대단하지 않아도 되니까, 일기도 그렇게 써보고 싶다.

매일 기억에 남을만한 일상이 없더라도, 한 줄 두 줄이라도 쓰는 사람이고 싶다. 기억이 나서 쓰는 게 아니라, 쓰고 나니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는 걸 테다.

그런 의미로..., 뭘 썼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발행.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2화어쩌면 곱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