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의 기억

by 향작


이번 봄에는 유독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다. 드문드문 오는 것도 아닌,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사나흘 이어지기도 한다. 날씨가 달라지는 걸 보면 환경오염을 체감하게 되고, 곧 잊히지만 걱정도 한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환경이 더 나빠지면 안 될 텐데... 하고.


긴 휴가를 마친 사람처럼 오랜만에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어디 멀리 여행을 다녀온 것은 아니다. 그저 마감이 코 앞이던 글을 다 써냈기 때문에 자축하는 마음으로, 쉬지 않아도 되는데 쉰 것뿐. 하던 육아를 계속했고 그런 와중에 지난 5일에는 친할머니의 장례를 치렀다. 그 일로 대구를 다녀왔다.

유독 친가와의 정이랄 게 없는 사람임에도 할머니의 염습을 지켜보고 발인을 하는 과정 중간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딱딱해진 할머니의 몸 위에 손을 얹고 가시는 길 평안하시라 마지막 인사를 하는 일, 화장터에서 유골함을 받아 드는 일 등 모두 오래 지나지 않은 일이다. 아직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이다.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뵈었던 게 언제였더라, 편찮으실 때 한 번 찾아갔다면 좋았을 텐데. 할머니 체구가 저렇게나 작았던가? 할머니 얼굴이 많이 변했구나, 몰라보게 달라졌구나.

사이가 좋지 못했지만,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그럼에도 이게 가족인 건가 싶었다. 후회는 밀물 같고, 할머니에게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정 따위로 인한 서먹함과 원망 등은 썰물처럼 이미 빠져나가고 없었다.


할머니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돌아가셨고 그래서 두 아이는 장례식장에서 어린이날을 보냈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벌하게 뛰어노는 떼쟁이 두 아이를 비롯하여, 내 사촌들의 아이들까지. 장례식장은 곡소리보다 웃음소리가 더 컸다. 그래서 마치 이 모든 것들이 할머니의 바람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나의 두 딸을 본 적도 없는 할머니가 이렇게나마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거리가 멀고 바쁘다는 핑계로 1년에 한 번도 얼굴 비출 일이 없는 모든 친가 친척들이 울음보단 웃는 낯으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건 아니었을까.

삼일장 중 이틀 동안 내내 좋지 못하고 궂은 날이 화장을 하고 장지에 갈 땐 거짓말처럼 화창해졌다. 미세먼지도 하나 없이 해가 쨍쨍, 산들바람에 기분까지 상쾌했다. 할머니 가시는 길이 습하거나 춥지 않고, 해가 드는 맑은 날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연이은 비소식에 기분이 처진다.

할머니의 지난 부고가 마치 아직 진행 중인 것처럼, 그날의 기억이 재차 떠오른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건 비가 그치고 나면 해가 뜬다는 사실. 할머니의 마지막을 비추었던 강렬한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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