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면 어때?
국민학교 시절 한창 소심함을 달리던 어느 날,
신기하게도 소심함을 잊고
활약(?)을 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5학년 시절
반장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소심한 전 표현을 못 하고 주변에서
츤데러처럼 챙겨주기만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 번씩 각반에서
자체적으로 장기 자랑이나
게임 등 레크리에이션을 하곤 했는데
그날도 반장과 임원진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였습니다.
분단별 대항전이라 경쟁이 치열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반에 2줄씩 4개로 나누어 자리 배치가 되었었는데
2줄을 각 분단으로 불렀습니다. 다.. 아시죠?)
저는 좋아하던 반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소심함을 무릅쓰고 손들어 문제 맞히기,
앞에 나가 노래 부르기, 춤추기 등 쉬지 않고 참여를 했습니다.
소심함이 많이 좋아진 지금도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죠!!!
그 결과 저는 그날 레크리에이션의 MVP가 되어
사탕 목걸이와 왕관을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반장이 직접 걸어줘서 더 좋았던
그 사탕 세트는 친구들이 나눠먹자고 했지만
다 뿌리치고 집 벽에다 먹지 않고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나중에 다 녹아서 벽지에 끈적임만 남았습니다ㅠ)
이 사건(?)은 제가 소심함을 벗어났던
첫 번째 사건이었습니다.
소심함을 벗어났던 두 번째 사건은
바로 다음 해인 국민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그때도 반에서 장기자랑을 진행하였는데
다른 분단에는 끼가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장기자랑이 무사히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4분단은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침묵이 계속 이어지던 그때
저는 옆 짝꿍과 노래 하나 하자고
꼬시고 꼬셔서 장기자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탁앞에서니 너무 떨렸지만
작년에 했던 일도 있고
옆에 짝꿍도 있으니 떨림이 점점 사라지고
짝꿍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노래는 '백두산 연목솟의 구멍'이라는 노래인데
솔직히 정확한 제목도 모릅니다.
다만 노래는 가사가 점점 늘어나는 방식이었습니다.
♪백두산 연못속의 구멍
백두산 연못속의 구멍
구멍 구멍 구멍 구멍
백두산 연못속의 구멍♪
♪ 백두산 연못속의 구멍속에 개구리
백두산 연못속의 구멍속에 개구리
개구리 개구리 개구리 개구리
백두산 연못속의 구멍속에 개구리♪
이런 식으로 한 단어씩 가사가 늘어 마지막에는
♬백두산 연못속의 구멍속에
개구리의 배꼽에 털 하나를 뽑았더니
죽어서 묻어서 강시가 되어서 당근 먹고살았네♬
로 마무리되는 노래였습니다.
지금 보니 가사가 영 이상하고 웃긴데
그 당시에 엄청난 인기를 끌며
저희 분단을 우승(?)으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반 아이들이 가사 좀 적어달라고
에워싸기도 하고 소문이 나서 다른 반 아이들
그리고 아람단까지 노래가 퍼져
한동안 '백두산 개구리'가 학교에 퍼졌었습니다.
이 두 사건(?)은 제가 살면서
손에 꼽는 소심함을 벗어났던 사건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어떤 마음으로 어떤 용기로
그렇게 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합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소심하면 어때?
소심한데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