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일상의 대부분을 글을 뭐 쓸지 생각하며 보낸다. 가장 큰 관심사도 스토리다. 그래서 영화를 보거나 글을 읽거나 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쓰는지 보고, 내 이야기의 독창성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글로 인정받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공모전에 글을 투고하는데 입상은 쉽지 않다. 글의 가장 큰 효능은 자기 치유이지만 그걸로 상도 받으면 일석이조일 것이다. 아무튼 수기를 올렸는데 입상은 못하고 참가상만 주었다. 참가상은 상품권 만원이었다.
선정되지 않았다는 문자를 보자 마음이 쓰렸지만 그래도 만원이라도 주는 게 어디냐 싶었다. 컬처랜드에서는 다양한 상품권으로 교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이트는 회원가입을 해야 상품권을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었고, 회원가입 절차는 요원했다. 실명인증을 하는 지난한 과정에 삼십 분이 소요됐다. 하다가 '만원 받겠다고 이 수고를..'생각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쓴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상품권을 득해야 했다.
처음엔 가장 환금성이 좋은 주유권을 택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수수료를 500원 떼길래 올리브영 이용권으로 결정했다. 올리브영에서 특별히 살건 없었지만 구경하다 보면 사고 싶은 건 생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올리브영은 없어서 지나가는 길에 있으면 들르기로 했다. 그게 오늘이었다. 영화를 보러 번화가에 갔고, 주차한 곳은 주차시간에 제한이 있지 않았다. 여유롭게 주차하고 가까운 올리브영을 찾아보니 150m의 거리에 있었다. 운이 좋았다. 이날은 19도의 선선한 날씨에 50%의 습도임을 길거리의 미세먼지 측정기가 알려주고 있었다. 날씨도 야외활동하기 좋은 쾌적한 날씨였다.
매장에 들어가서 파운데이션을 테스팅했다. 새로 나온 립컬러도 발랐다. 직원은 반복해서 "찾으시는 제품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했다. 닭껍질튀김이랑 트러플감자칩, 샤인머스캣젤리, 이 쌈 티, 코코넛음료를 사니 만원이었다.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내 글로 번 돈으로 쇼핑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근래에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었던가. 작가들이, 벌어들인 인세로 삶을 꾸려나가는 게 이런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