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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n 21. 2024

세번째 혼밥은 퇴짜맞았던 ‘평산옥’

고독한 직장인은 뭘 먹냐면 맛있는걸 먹습니다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여행을 가면 지역의 미술관을 이용하는 걸 선호해서 되도록 방문하려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무척 더웠다. 시립미술관에 도착하니 공사 중이라고 바리케이드를 쳐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인도에 주차된 차를 따라 뒤에 대고 이동했다.


전시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물질이 만나는 관계를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쉽게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점과 선으로 무한을 그리고자 한 작가의 세계관은 준비된 영상을 보자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입장하자마자 관리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디오가 준비되어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큐알코드로 핸드폰으로 접속하면 된다고 했다. 별도의 이어폰이 없어서 소리를 작게 해놓고 들었더니 민원의 소지가 있다며 이어폰을 이용할걸 권했다. 공간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다른 사람을 하나라도 마주친다면 당장 소리를 끌 것이었다. 나도 타인의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관마다 상주하는 감시자들이 오히려 작품의 감상을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작품을 훼손하거나 사진을 찍는 걸 방지하게 있는 자원봉사자 들인 건 알지만,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최악인 것은, 전시 감상중 주차 때문에 연락이 온 것이었다. 누구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떠나온 것인데 건물관리자에게 방해받고 말았다. 도중에 전시관을 나왔다. 관리자는 차 앞에 서있었다.


-공사 중이어서 여기 주차는 안됩니다.

-그럼 안내를 해주셔야죠.

-사이트에도 공지를 해놨는데..

-알았으면 안 왔을 겁니다.


바이케이드 앞에라도 인근 주차장 위치를 안내해 줬으면 갔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건물에 주차하라는 말 외엔 그 주차장이 어딨 는 줄 알고 간단 말인가. 미술관의 서툰 대처도 별로였고 무엇보다 내 시간을 방해받은 게 더 별로였다. 결국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숙소는 부산항 앞의 레지던스였다. 딱 1인이 살기 좋은 공간이었다. 들어가자 건물관리인이 깍듯이 인사를 했다. 외관도 대단하고 엘리베이터는 황금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오피스텔의 고급형태로 통창으로 바다가 보였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이 공간이 내가 살기엔 더 적합해 보였다. 에어컨을 켜고 소파에 누워있었다. 뒤늦게 요트를 예약한 게 생각났지만 피곤해져 내일로 미뤘다. 하지만 식사를 해야 했다.


다시금 나와 어제 가지 못했던 평산옥을 갔다. 어제 리젝 받았다고 못 가면 추후 생각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리는 여유가 있었고 테이블에 앉자 사장님은 혼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하고 주문을 받을걸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은 무심히 테이블을 치우기만 했다. 기다리면 오겠지 생각했더니 수육을 들고 왔다. 시키려고 했던 메뉴였다. 쟁반에 담긴 소담한 반찬과 촉촉한 수육은 맛있었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니 나와 같이 혼자온 남자가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응시했지만 그냥 나왔다. 혼밥이 좋은 이유는 타인과 의견 조율할 필요 없이 내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단 것이다.


다시 집에 들어가서 쉬었다. 계속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글자도 쓸 수가 없었다. 차라리 다음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연달아 먹은 고기가 들어간 메뉴는 다음날에는 신선한 뼈째회나 해산물을 먹고 싶게 만들었다. 식사와 카페만 찾는 것만 해도 반나절이 금방 갔다. 티브이를 켰지만 볼만한 프로그램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 요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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