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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n 22. 2024

네번째 혼밥은 통창뷰가 좋은 ‘명품물회’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호가창을 보다가 만약 매일이 이런 일상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이었지만 너무 고요했다. 준비를 천천히 하니 체크아웃시간이 되었고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소독이라고 했다. 주거공간을 임대한 곳이어서 그런 것이었다. 역시 퇴실할 때 처음과 동일한 상태로 만들어놓고 나왔다. 점심은 물회를 먹기로 했다. 살얼음육수가 따로 나오는 게 좋았고 밥이 말아져 있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다. 육수와 밥은 먹지 않고 메인만 먹었다. 직원은 친절하게 창가자리가 덥다며 2인자리를 안내했지만 1인인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막상 앉으니 바다가 보이는 것도 좋았다. 고기만 먹다가 해산물을 먹으니 만족감이 밀려들어왔다. 오이와 배, 뼈째회, 땅콩가루, 김가루가 각자 고유한 맛을 내며 어우러졌다. 먹다 보니 흰 옷을 입은 날 위해 앞치마를 가져다주었다. 그런 세심한 배려가 좋았다. 테이블오더를 통해 주문해서 포스기에 가서 따로 결제를 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주차자리가 여유로워서 유유히 빠져나온 다음 북카페를 가기로 했다. 거리는 가까웠는데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게다가 주차자리가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가게에 물어봤지만 안내해 준 공영주차장은 또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니 주인은 해사한 미소로 안내해 주었다. 고객을 위한 웃음이었지만 원래 그런 성격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주차비를 결제하고 카페에 갔더니 전화를 받아 응대했던 직원은 없고 다른 성별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카페에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는데 알고 보니 옆건물에서 주문을 받고 있었고 가는 길은 경사가 급격한 계단 아래 위치해 있었다. 그녀는 커피가 제공된다며 주문을 받았지만 디카페인은 없었다. '어제도 카페인을 마셨다가 잠 못 들며 오늘 카페인 마시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안 되겠군'하며 커피를 받았다. 그 후 외부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가입을 하고 큐알코드를 받았는데, 이를 통해 문이 닫혀있던 옆건물에 입장할 수 있었다.


3층까지 있었는데, 3층이 조망을 감상하기 좋다고 했다. 막상 올라가 보니 바다가 보이긴 했지만 전 시야가 보이는 게 아닌 수평선만 보이는 구도였다. 자리도 협소했다. 1층과 2층에는 북큐레이션이 있었는데, 1층은 실용서와 2층은 에세이류가 있어 박완서 글을 포함한 몇 권의 책을 들고 올라왔다. 3층에는 한 남자와 여자 2명이 있었는데 남자는 중년의 남자였고 2명은 친구인 듯했다.


그들이 밥을 먹으러 간 듯한 12시였다. 혼자 이용하고 있으니 어떤 여자가 들어와 자리를 탐색하더니 짐을 놓고 다시 내려갔다. 다시 직원과 올라온 그녀는 테이블이 너무 낮아 일을 할 수 없다고 했고 직원은 한쪽 1인 나무테이블과 좌석을 안내했다. 공간이 너무 좁아 그 점이 불만이었다. 게다가 글도 써지지 않았다. 한참을 커서만 바라보다가 박완서에세이를 읽었다. 처음 보는 듯한 표지였지만 읽다 보니 읽었던 책이었단 걸 알 수 있었다. 신여성으로 키우고자 했던 그녀의 어머니와 자기 자식이 자식을 낳아 아이를 보는 즐거움을 말하고 있었다. 여성 특유의 자상하고 따듯한 시선이 얽혀 있었는데, 어떤 구절에서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는 그만큼의 진실성과 솔직함을 담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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