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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n 24. 2024

여섯번째 혼밥은 처음 먹어보는 맛인 ‘할매재첩국’

호텔에서 일어나서 바다마루전복죽을 먹으러 갔다. 갔더니 다행히 주차장이 있었고 약간 기다린 다음 먹을 수 있었다. 뜨겁고 내장맛이 잘 느껴져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카페를 가려다가 옆에 보이는 해운대가 좋아서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해변을 걸었다. 날이 시원하고 햇빛이 없어서 조선호텔에서 왕복하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걷는 사람들은 여성 2명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거나, 혼자온 사람들이 사색하며 걷거나 했다. 모래를 밟는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은 바지를 걷고 걸었지만 나는 그냥 걸어서 바지가 그러데이션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빨 거라서 상관없었고 물이 밀려들어올 때 피했다가 다시 바다 쪽으로 걸어가거나를 반복했다.


조선호텔이 가까워서 커피를 한잔 했다. 글을 쓰겠다고 가져왔지만 역시 안 써져서 전자책을 출판했다. 사람들은 주로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어떤 이가 남편을 부르다가 그가 못 들으니 정교수라고 부르는 게 웃겼다. 사람들의 속물근성을 볼 때마다 그 노골적임에 학을 뗀다. '나는 호텔에 오는 사람이고 사회적 지위는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다. 호텔에 가는 나도 그렇게 보인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접객태도와 한적한 분위기는 여행지에 와서 찾게 만드는 요소이다.


역시나 공영주차장은 주차비가 있었는데, 그나마 9천 원인데 반가격에 할인된 가격이라고 해서 기분 좋게 계산했다. 다음엔 독립서점을 가려고 했다. 역시 주차장이 없어서 공영에 하고 들어갔는데, 지하에 위치하고 곰팡이냄새와 답답한 느낌이 도착하자마자 나오게 만들었다. 거길 간 이유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사람이 있는 가게는 아무래도 책을 사야 하는 의무감이 들기 때문이었다. 나와서 그냥 들어간 카페에서 라테를 마시고 돌아오니 30분이 되었다고 했다. 1500원을 결제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다 다시 길을 돌려 광안리에 도착했다.


가고 싶은 카페는 카사부산이라는 카페였는데, 이태원의 카사코로나와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겠거니 갔다. 막상 갔는데 길을 잘 찾지 못해서 계속 직진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이름이 있어 갔더니 분점이 있는 듯했다. 행인들을 볼 수 있게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고 안쪽에는 바 테이블이 있어서 그 또한 지나가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관광객이 대부분이었고 탱크톱을 입은 여자와 같이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었다.


왠지 내 테이블 옆에는 호밀밭의 파수꾼 책이 있었는데, 누가 와서 '자리 있나요?'라고 물었지만 '제 책 아닌데요'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쓸쓸히 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샐린저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몇 번이나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읽지 못한 책이었다. 그런 책은 휴가지에 와야만 읽을 수 있는데 계속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차 빼주세요'라고 했고 역시나 가게 뒤편에 주차하며 연락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그 건이었다. 나가보니 여자가 '저는 2층 사장인데요 여긴 직원이 주차할 수 있어요'라고 해서 '그럼 손님은 어디에 주차하나요'라고 했더니 근처에 유료주차장이 있다고 했다. 평소 주차비가 제일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나마 주차비가 저렴해서 했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호밀밭책은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주인이 찾으러 왔을 때의 난감함을 알아서 그냥 직원에게 '누가 놓고 갔어요'하고 주고 갔다. 카페에서 시저샐러드를 먹었기 때문에 배가 별로 고프진 않았지만 저녁을 안 먹으면 필히 배고플 것이었다. 할머니재첩국에 갔는데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기존에 다슬기국을 먹었던 것과 헷갈렸지만 재첩은 작은 조개였다. 해감이 잘 되어있고 이물질이 없어서 개운한 맛이었고 쌈을 싸 먹을 수 있게 준비해 줄뿐더러 계란말이와 고등어조림, 직접 담근 김치, 젓갈, 무/콩나물/된장이 가미된 비빔밥도 줘서 횡재한 기분이었다. 만천 원의 금액이었지만, 어지간한 미슐랭 메뉴보다 나았다. 웨이팅도 없고 주차도 가능해서 현지인이라면 그런 식당을 주로 찾았겠지만, 관광으로 온 나는 다양한 메뉴를 섭렵해야 했다.


식사를 하고 있자 두 테이블 떨어진 나와 마주 보는 자리에 역시 혼자온 남성이 앉았고 서로를 의식했다. 결국 쌈을 싸서 와구와구 먹었고 그 남성은 내가 나갈 때쯤엔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옆자리에는 누군가 큰 소리로 전화하며 들어왔는데 그는 친구와 '근처 왔는데'하며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되지 않아 핸드리스이어폰으로 통화하더니 방송을 시작하는 듯했다. 민폐라고 생각했지만 속으로만 생각했다.


숙소는 영도에 위치해 있었다. 주차장도 내부에 있고 생각보다 깔끔한 스타일이었다.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니 직원은 몸소 '기계식 주차장이라 돌아와 주세요'라고 입구를 안내해 주었고, 로비에는 향이 있었다. 괜찮은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난 향기인데, 그 점에서 합격점이었다. 중간에 짐을 빼기 위해 차로 갔는데 차 회전이 되지 않는 버튼은 길게 눌러줘야 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처음 기계를 만지는 거라 짧게 눌렀더니 차가 돌아져 나왔고 몇 번 차를 빼려다가 직원을 불렀다. 직원은 아까 '말 안 하면 구석으로 체크인해 주시더라고요. 바다뷰로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자 '업그레이드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던 시크한 직원이었다.


그는 작은 체구와는 다르게 '바퀴를 일렬로 해주세요'라고 씩씩하게 말했고, 도움으로 차를 다시 입고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한동안 멍 때리다가, 카페를 갈까 태종대를 갈까 고민했다. 결국 서점에 가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사서 바에 가서 읽자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문제는 교통카드가 되는 카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었다. 뒤늦게 카드를 개설할 때 교통카드 기능을 막아둔 것을 후회했지만, 당시에는 중복으로 읽히는 게 불편에서였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서는 해놔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여행은 항상 예상하지 못한 문제의 발생이었고,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나의 몫이었다. 현실의 부분에서는 그런 문제들에 크게 스트레스받고 좌절하지만 여행에서는 그런 문제의 크기가 작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현금을 뽑아서 선불교통카드를 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현금은 인출되지 않았다. 서점에는 책을 찾는 키오스크가 없어 고민하다 직원에게 말을 걸어 책을 찾았다. 가는 길에는 영화의 거리라서 꼬치, 핫도그와 같은 길거리 음식들과 패키지여행으로 온 여행객들이 있었는데 어느 국적 사람인지 말소리를 들어보려 해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메고 있는 목걸이에는 일본어가 적혀 있었고 일본인 특유의 조용함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현금이 없이는 교통카드를 구매하기 어렵다고 했고 결국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다 걷다 보니 어둡고 힘들어 예전 도쿄에서 택시비 아끼려다 발에 물집 나고 고생한 경험이 떠올랐다. 결국 택시를 타자고 결심했고 길에서는 잡히지 않아 카톡택시를 이용했다. 기사는 중년의 정년퇴임한 것 같이 보이는 젊잖은 분이었는데 운전은 꽤나 터프하게 했다. 깜빡이를 안 키는 건 아니었지만 차선은 자주 변경했고 차에 탈 때 안녕하세요 외엔 말을 걸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말을 안 거는 게 좋았다. 가는 길까지의 동선을 확인했더니 길은 대부분 빨간색이었다. 거의 도착하자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고 가게 앞까지 들어가면 차를 뺄 때 힘들 거 같아 여기서 내려주셔도 된다고 하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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