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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n 26. 2024

7번째 혼술은 ‘후일담 lp바’

하지만 가게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지도에선 여기라고 알려주는데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후 2층이란 걸 알았고 블로그 극찬리뷰에 찾은 가게는 생각보다 좋진 않았다. 신청곡을 카톡친구추가해서 틀어준다고 했지만 보안에 심각한 나는 카톡추가를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틀어주는 음악도 대부분 유행곡이었고 듣고 싶던 재즈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으니 호밀밭책을 100페이지 정도 읽었지만 결국 바뀌지 않았고 옆테이블은 내가 시킨 탈리스커를 봤는지 위스키 이야기를 했다.


'여자 친구 회사에서 항공권이랑 렌트가 나와서 같이 여행 간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면세에서 위스키를 사는 것과 갖가지 칵테일을 마시는 이야기. 술은 스트레이트잔인 입구가 좁은 잔과 그걸 희석하는 방법, 좋아하는 음악을 신청했는데 나올지 모르겠다는 발언 끝에 나온 음악은 밝은 음악이어서 나와는 취향이 다르군 하고 생각했다.


그들은 신청곡이 나오자마자 가고, 뒤이어 온 커플은 남자가 잘 보이려는지 여자를 그곳에 데려온 것 같았고,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자 한동안 책 이야기를 하다가 직원은 내게 하리보를 주고 갔다. 나는 자꾸만 위스키를 마시며 '그'를 생각했다. 그와 라운지에서 술을 마시며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기억들. 금주여서 그가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돼'라고 말한 것들, 그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걸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 시간들. 상대방의 우악스러운 행동들에 대화를 먼저 하면 됐지만, 그런 정상적이고 예의를 차리지 않는 관계로 만난 불필요한 시간들이 후회의 감정으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결국 감정이 가라앉고 말았고, 밖으로 나왔다. 핫플을 가려고 생각했었고, 막상 걸어가는 도중 또 뒷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군대 선임과 후임 관계인 듯한 그들은 '좋아하던 여자애가 생겼는데 친구를 소개해주니 우린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 말입니다'라고 말하자 위로하려는 듯 '그런 애들은 원나잇 용이야'라고 말하는데 가지지 못한 사람에 대해 폄하하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라고 생각했다. 말한 남자는 '제 친구예요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신포도로 말해왔을까. 그리고 내가 만난 사람들은 폄하하는 사람들이었을까. 보호하려는 사람이었을까.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계속 길을 걷기 시작했고, 큰길이 나와 택시를 잡자 여성분은 '영도로 가려면 반대편에서 타세요 돌아가야 해서'라고 말했다. 부산 사람들의 투박하지만 친절한 태도에 이제 막 적응이 되려는 듯도 했다.


반대편에서 탄 택시는 모범택시였고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차였다. 승차하니 그는 민속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광고 끝에 나온 유튜브 민속음악은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람들을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 익숙하지 않은 음악인데 클럽에서 믹스하기에도 재밌겠다고 생각하며 몇 번이고 화면의 글자를 보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사운드하운드에도 검색되지 않았다. 그는 격하게 운전했다. 급가속과 급감 속을 반복했지만 이상하게 토할 거 같진 않았다. 능숙한 운전이었다. 길가에 서있는 경차에겐 경적을 울렸다. 오히려 너무 경쾌해서 해방감을 느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완전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이었다. 호텔을 말하자 그는 '어디죠'라고 했지만 영도에 위치해 있다고 하니 생각하지도 않고 밟기 시작했다.


'놀이기구 타는 거 같다..'라고 생각하며, 기사와 같이 운전하는 친구 생각이 났다. 그의 내면이 어떤 울화로 범벅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화를 표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컨트롤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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