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아 Jun 27. 2024

8번째 혼밥은 미슐랭 ‘톤쇼우’


다음날은 카페를 먼저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어제 갔던 광안리에 가서 톤쇼우를 먹기로 했다. 미슐랭에 선정된 곳이라고 했다. 어제 보조배터리를 가게에 두고 온지 알고 '다시 가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던 것이었다. 내일이면 여행이 끝난다는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제와 달리 날씨가 더웠다. 이런 날엔 백사장을 걷는게 힘들것이다. 광안리에 위치한 가게들은 주차장을 찾기 쉽지 않았고 가게 앞 유료주차장에 주차라는 순간 관리자는 대신 주차해준다고 했다. '예약 하셨죠' '안했는데요' '가게 앞 표지가 있으면 마감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용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어떻게든 먹어야 했다.


가게를 처음에 찾을때 2개소가 있었는데 가까운 곳으로 차를 몰았던 것이었다. '이럴거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부산대역 쪽으로 갈걸' 관광지보다 사람이 적을거란 생각때문이었는데 가까워서 관광지로 온게 실패요인이었다. 30분정도 차를 몰아야 했지만 별로 허기지지도 않고 웨이팅 시간을 감안해서라도 시간은 괜찮을 것 같았다. 웨이팅이 11시반에 열려서 운전하면서 체킹하다가 삼십분이 되었는데도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유는 바로 모바일화면에 나타나는게 아니고 뒤로가기를 했다 클릭해야 예약현황을 볼 수 있었다. 몇분을 헤맸더니 순서는 48번째였고 15분정도 운전해서 가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역시나 도착해서도 웨이팅은 남아있었고 그럼 주차장값도 내야해서 '어떡하지'하다가 근처의 카페에 갔다.


거긴 가게옆에 주차할 수 있었고 커피맛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콘센트가 있어 배터리가 거의 소진된 핸드폰과 놋북을 충전했다. 직원에게 '충전기 없죠'라고 했더니 없다고 해서 차에 가서 가지고 왔다. 여행에서는 나를 잘 알 수 있는데 충분히 여유를 부려도 되는 상황인데 나는 어딘가 급박하고 쫓겼다. 한시간 반정도 되는 시간을 세이브했단 생각이 글을 미친듯이 쓰게 만들었다. 그 시간을 가게앞에서 기다렸으면 아마 미쳐버렸을 것이다. 역시 추격하듯이 글쓰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순번은 줄어들었다. 혹시 놓칠까봐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하며 쓰다가를 반복하다가 어느새 차례가 왔다. 핸드폰 알람은 가게 앞에 와서 대기하라고 계속 왔지만 어짜피 바로 앞인데 뭐 하며 있다가 결국 전화가 왔다.


'바로 앞이에요'하고 뛰어갔다. 가게는 네모난 바 형태의 자리와 그를 둘러싼 웨이팅 자리로 큰네모 작은네모 형태였다. 자리에 앉으니 그제서야 기다리고 있는 바깥네모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앉으니 옥수수를 갈아서 만든 차가운 스프가 나와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둘이 왔는데 혼자 먹고 있다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어떤 사람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도 그냥 본인의 시선 끝에 내가 있어서 본 것 같았다. 내가 어떤 여자를 보듯이. 버크셔 돈까스를 먹었을땐 사진에서와 같이 안쪽이 선홍빛이었지만 막상은 생각보다 질겼다. 스르르 녹는 참치같은 식감을 생각했는데 아니었고, 그래도 완식하긴 했다. 바깥네모에 앉는 사람들은 너무 오래 기다려서 지친것 같았다.


가고싶던 카페가 있었는데 주차자리가 없다고 해서 엣지카페를 갔다. 낯이 익다 싶었더니 6년전 택시타고 온 카페였다. 호밀밭의 파수꾼 책을 완독했는데 별 느낌은 없었다. 커피는 맛이 없었고 호밀밭 책을 팔고 다른 책을 사서 읽자는 생각이었다. 알라딘으로 갔더니 만원의 반값을 쳐주었고 그 돈과 오천원을 합쳐 3권의 책을 샀다. 횡재한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왔지만 집에서는 책을 읽기 싫어 한동안 누워있었다. 숙소는 시장통에 위치하고 있었다. 새 건물인데 입점이 다 되지 않아 몇개의 층만 호텔로 이용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내일이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우울하게 느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