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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n 28. 2024

마무리는 광안리 ‘파크하얏트 부산 리빙룸’

그렇게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서 창밖을 봤는데, 밝을땐 잘 보이지 않던 글자가 보였다. '그때 왜 그랬어요'라는 문구였다. 저게 뭐지 왜 있는거지 한참을 봐도 글자는 동일했다. 그걸 보고 과거를 생각했다. 그때 왜 그랬던가 하는 회한, 후회들이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는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더 비참하게 느껴져서 생각은 땅끝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움직여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의 시간은 거의 4시간 누워있다 일어난 것이었다.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해서 차를 빼기 귀찮은 생각도 들었지만 여행 마지막날을 장식할 것이 필요했다. 파크하얏트로 차를 몰았다. 어제도 갔던 해운대지만 가는 길의 점멸하는 불빛들은 감상에 젖게 만들었다. 거칠게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하1층에서 1층으로, 1층에서 30층으로, 30층에서 31층으로 올라갔다.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명징한 피아노 소리였다. 피아노 선율을 들으면 내적흥분이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얀 셔츠를 입은 덩치가 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직원에게 자리가 있냐고 물어보니 확인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외부의 쇼파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그는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4인이 앉을수 있는 동그란 테이블이었다. 창밖은 아름다운 광안대교가 보였다. 파크하얏트 도쿄처럼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왔지만 난 혼자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었더니 직원은 정중하게 메뉴를 가져다 주었고 논알콜 모히또를 시켰다.


젊은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남자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퀄텟이 아니라는게 아쉬웠다. 앉자마자 공연은 얼마 되지 않아 쉬는시간이었고 모히또를 가져다주는 남자에게 물었더니 15분 있다 시작한다고 했다. 여성과 남성의 공연이 끝나는 시점에는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그건 마치 홍콩의 호텔에서 연주하고 난 다음의 무반응과 같아서 그들이 느낄 자괴감과 그런 것들을 잠깐이나마 알것 같았다. 기대되는 공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내겐 음악이 필요했다. 위안을 줄 음악. Concierto de Aranjuez 같은 거나 Ana Caram의 Antonio's song 같은거. 하지만 다음 타임에도 그런 뉘앙스의 음악은 들리지 않았고 직원에게 '계산은..' 물었더니 '잠시만요'하고 빌지를 가져다 주었다. 그의 태도는 정중했고 기다리는 동안 창밖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쓸쓸히 나오는 순간 처음 바에 입장할 때의 남성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차로 직진했다. 돌아오는 길은 마음 깊은 구멍이 채워지지 않은 기분이라 차를 맘대로 몰았는데, 순간 과속탐지기의 번쩍이는 불빛이 보였다. 그 순간 다른 곳으로 이동해볼까 하는 생각은 다시 숙소로 차를 몰게 만들었다. '이제 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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