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은 지긋지긋하다. 한 끼에 3만 원 이상 쓰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끼당 십만 원이 넘는 식사를 사면서 행복했다. 그런 허세가 다분한 사람들과 식사하며 고급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으면서 그런 삶은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점심 생각도 없고 먹는양도 많지 않아 김밥으로 한 줄 때우고 커피를 들고 차에 타려는 순간이었다. 핸드폰이 아스팔트 바닥과 부딪혔고 액정을 보니 필름만 깨져 있어서 별로 충격이 크지 않나 보네 하고 차를 타고 이동했다. 집에 와서 피아노를 칠 때까지만 해도 작동이 안 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피아노 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했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계를 보려고 핸드폰을 만졌는데 먹통이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12시 반이었다. 센터로 날아가도 수리시간까지 합하면 점심시간이 지날 터였다.
하지만 핸드폰이 없는 건 불안하기 때문에 차를 몰고 센터에 갔다. 자동차에 네비가 없어서 집 컴퓨터로 지도를 익힌 다음 운전해서 갔다.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길이 복잡하지 않아 자차를 끌고 갔다. 성급하게 도로에 주차하고 갔더니 액정이 들떴다고 했다. 수리비는요? 35만 원이었다. 잠시 고민했다. 예전에 사설에서 중국산으로 액정을 갈았다가 터치가 잘 먹지 않았었고 그게 깨진 것이었다. 사설은 7만 5천 원이고 사설에서 정품액정을 끼우면 12만 원이지만 마음이 조급해서 그냥 갈아달라고 했다. 시간은 한 시간이 걸렸고 책을 읽고 있으니 수리가 완료되어 회사로 복귀했다. 초과한 시간은 외출을 썼다.
하지만 회사에서 내내 생각하니 이건 다 핸드폰이 무거워서인 것 같았다. 사용하면서 너무 무게가 나간다는 걸 손목의 무리로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폰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4년째 쓰고 있는 중이었다. 예전에도 핸드폰을 가벼운 걸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었으나 그땐 재고가 없다고 해서 쓰다 보니 1년이 지난 것이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바꾸기로 했다. 중고 매장의 위치를 파악해 놓고 퇴근할 때만 해도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나 갔다. 재고가 없을 수도 있겠단 불안함이 들었지만 일단 갔다. 목돈이 나간 스트레스 때문인지 뭔갈 변화하고 싶었다. 차를 몰고 가니 업장마감시간 5분 전에 도착했다. 아이폰 12 미니가 있다고 했다. 바꿔달라고 하고 백업을 했다. 삼십 분이 걸려 근처에서 밥을 먹고 오니 완료되어 있었다. 11을 팔고 12로 오니 무게가 깃털 같았다. 바꾼 순간엔 기분이 좋았지만 집에 오니 액정이 누렇고 터치도 잘 안 먹는 게 중국산 액정을 낀 것 같다. 액정이 깨졌을 때 정식센터에서 갈지 않고 바로 기변 했으면 돈이 덜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여튼 돈돈 생각하는 것도 그만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