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 재수학원에 억지로 집어넣어 졌다. 학원비를 지불하고, 그때는 12월이었다. 노량진에 사는 이제 고3이 되는 친척과 만나 재수학원에 다니게 되었다는 쓸쓸한 말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재수학원은 우울했다. 그녀가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역에 도착하면 비릿한 생선의 냄새가 맡아졌다. 육교를 지나고 문방구와 한 회사의 사옥을 지나고 나면 횡단보도가 있었고, 새로 신축된 건물의 뒤에 있는 허름한 건물이 그녀가 다니는 학원이었다. 마음이 슬프니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모습도 흐리게만 보였다.
새로운 반을 배정받고 학교와 같이 12시까지 수업을 듣고 점심시간이 있었다. 그녀의 앞자리 앉은 사람은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다.
그녀는 자신은 더 좋은 대학을 가고자 학원에 오게 되었다는 말을 했고, 집은 부천이라 했다.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이후의 수업으로 이어졌다. 반 아이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고, 얼마 정도의 무기력함과 가라앉음의 분위기였다. 분위기는 정체되어 있었고 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바로 가기는 싫어서 도서관에 들러 불행한 삶을 산 툴루즈 로트렉과 같은 화가의 그림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지 하는 막연함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나타난 대입실패라는 경험이 그녀를 주눅 들게 했다. 책을 보고 또 다른 화가의 그림책을 빌려 등원과 하원 시간 지하철의 창틀에 기대 햇빛을 받으며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그나마 하루 중 제일 괜찮은 때였다.
시간은 지나 3월 즉, 대입종합반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가 왔고 이에 따라 새롭게 학원을 등록한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반을 재정비해서 그 전의 친구들과는 다른 반이 되고 새로운 아이들과 같은 반이 되었다. 어디서 한 싸움하다 온 아이도 있었고 눈에 띄게 예쁜 아이도 있었다. 원치 않는 재수라는 상황에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 또한 별로 없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곤 그전과는 다르게 남자와 여자가 섞여 있다는 사실이 약간의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