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봉사하러 다닌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처음에는 회사실적 채워야 해서 나갔다. 그런데 하다 보니 관성이 붙는지 계속하게 되었다. 봉사 신청은 일주일 전에 했다. 토요일이라서 신청할 당시 주중에는 부담이 없을 것 같아서 했는데 막상 주말아침이 되니 몸이 무거웠다. 눈뜨니 눈곱만 떼고 나가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았다. 채 잠도 깨지 못한 채 차를 출발했다. 그나마 5km 정도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가게 된 곳은 연탄봉사였다. 갈 당시만 해도 '나 하나만 빠져도 알지 못할 텐데'란 생각이 들었지만 하고 난 뒤의 가벼운 성취감은 하루를 의미 있다고 여기게 한다는 걸 알아서 간 것이다. 차를 주차하니 인근에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생각보다 그 수가 많았다. 누구는 침대에 있을 동안 누군가는 좋은 일 하겠다고 오전 9시에 모여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벼운 감동마저 일었다.
9시에 시작한다고 했지만 참석확인을 하느라 시간은 15분 정도 지체됐다. 준비물로 우비와 장갑을 준비해 오란 말은 들었지만 그 어떤 것도 준비해 가지 않았다. 조끼도 사람들이 다 입어서 안 입고, 주최자가 트럭으로부터 집까지 2줄로 서라고 해서 집 쪽에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키우는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강아지 특유의 냄새가 났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연탄을 옮기는 작업이었다. 장갑이 없어 맨손으로 옮기고 있으니 누군가가 장갑을 구해주었다. 연탄을 직접 만져 얼 것 같은 손이 장갑을 낌으로 좀 진정되었다. 그나마 계속 손에서 손으로 옮기는 작업뿐인데도 몸에서는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중 커플끼리 온 사람은 흰 옷을 입고 왔다며 서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묵묵히 연탄을 옮길 뿐이었다. 연탄이 연속으로 올 때는 기계 같은 느낌이 들고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좋았다. 하지만 그 수가 뜸해질 무렵에는 또 이후 일정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스멀스멀 생각이 기어 나왔지만 또 연속으로 연탄이 오자 아무 생각이 없을 수 있었다.
나르기를 마친 후 눈에 익숙한 사람이 보여 봤더니 저번 독서모임의 장이었던 여자였다. 그녀에게 인사하자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기억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저 아는 사람이 있어 반가웠을 뿐이고 같은 일을 토요일 오전에 한다는 동질감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모임의 참석자 추천으로 왔다며 누군가를 소개해 주었다. 어색한 인사 후에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뒤에서는 '잠시만요' 안내를 한다는 음성이 들려왔으니 휘적휘적 귀가하는 발걸음을 돌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