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때

예전에는 누군가가 내게 갖는 감정이 뭔지 몰라 책을 읽고 영상을 봤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주식과 재산 같은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다 왔다.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가진 직업이 궁금해서 만났지만 그 직업을 가진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호기심을 가질 때는 그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쉬는 때 주로 무얼 하고 꿈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 궁금했다. 타인이 내게 감정을 가질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는 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도 그가 궁금하진 않았다. 단지 아플 때 그가 생각났고 그는 내 병문안을 오지 않음으로 그는 완곡한 거절을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모성애를 이끌어내려고 그랬을까.

사랑하면 나보다 상대방을 위하게 됐다. 그가 바쁠 거 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답이 없어도 일 때문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가 바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날 더 생각했다면 이미 그 시간을 기다리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굳이 이유 만들어 납득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게 했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날 사랑했다면 내가 어떤 것을 한들 오케이 했을 것이지만, 그는 나보다는 그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였을 때 그가 나에 대해 갖는 감정은 사랑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만나서 하는 대화가 우리에 관한 것이 아닌 주변인에 대해서만 중언부언 이어질 때도 우리 관계는 친구 이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나를 보는 눈빛, 내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하는 스킨십,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태도, 나에 대한 관심보다는 당장의 즐거움을 좇는 태도, 똑같이 낚싯대를 걸어놓고 상대방이 넘어오나 안 넘어오나 기다리고만 있는 모습, 그냥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걸 몰라서 일일이 경험으로 배워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걸 알아버렸을 때는 더 이상 누군갈 알아갈 힘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