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일정이 있어 외부로 나왔다. 그것까진 좋았는데 개인별 수업이라고 안 것이 워크숍 수업이었던 것이다. 즉,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수업이었다. 그걸 안 순간부터 낭패였지만 그렇다고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자리로 가서 앉으니 모두 여자인 테이블이었다. 역시나 강사는 조장을 뽑으라고 했고 아무도 조장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 또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했지만 운에 의해서도 조장은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보였다. 삶의 많은 순간 '내가 희생하지 뭐'이런 마인드지만 '그럼 제가 하죠'라고 말하면서 마음속으로 화가 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왕 하게 된 거 열내지 말고 하자는 마음수련을 했다. 수업은 데이터기획이었는데, 솔직히 회사에서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 수강신청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꺼려졌다. 시간을 버린다는 느낌과 사람들과 부대껴야 한다는 번잡함이 벌써부터 번거롭게 느껴졌다.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조장의 압박감으로 먼저 의견을 말했다. 부처에 들어오는 민원을 데이터화하여 분석하자고 했더니 '민원은 질적인 내용인데 양적인 데이터를 선정해야 한다'라고 높아진 데시벨로 소리를 지르며 한 여자가 반대했다.
정말이지 타인의 반대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난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그때부터 난 상대를 하지 않는다. 강사는 그 상황을 위태롭게 바라보더니 다음 수업에서 데이터는 정형데이터와 비정형데이터가 있다고 말하며 텍스트로도 분석을 수행한다고 말했으나 이미 그 (동기관인) 두 사람에 의해 주제는 결정된 이후였다.
가관은 조원 중 2명은 같은 기관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연구원 소속이라는 것을 봐선 석사 혹은 박사인 것 같은데 그 두 커넥션이 얼마나 강한지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게 모든 의견을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 선배인 듯한 사람이 후배인 듯한 사람에게 '이건 이렇게 해야지' '아니 그거 말고' '대시보드에 잘 썼네' 매 순간 평가하고 지시하는 상황도 불편했다. 그 두 사람 외에 타기관에서 온 제삼자는 중간에서 역시나 피곤한 것처럼 보였다.
어찌 됐든 내용은 완성되었고 발표 차례가 되려는 찰나 상위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돌아오자 조 차례가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발표를 시작하지 않고 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썩은 표정으로 '먼저 하시죠 왜'라고 비꼬았지만 그들은 발표대 앞에서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기관의 비전과 미션 조직도와 문제점과 해결점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발표를 끝나자 수업이 내일 까지라는 사실이 화가 나서 심각하게 참석을 또 해야 하는 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회사가 고통스럽다고 교육 등으로 그 공간을 벗어난다고 해도, 역시 불특정 다수와 엮이는 상황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