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고민하는 건 나만의 길을 어떻게 뚫느냐이다. 회사 동기중 한 명은 회계부서에서 일하다 사람들의 민원에 지쳐 퇴사를 결심했다. 대학교 입학원서를 받은 후부터였다. 그러자 타 부서 팀장은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그녀는 시키는 대로 일도 다 하고 부려먹기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회사의 80%는 일을 안 하거나 대충 하고 나머지 20%가 일을 한다고 본다면 그녀는 20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교육휴직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걸 쓰라고 했지만 그녀는 사직서를 낸 후 미련 없이 나갔다.
결국 그녀는 학교를 거의 수석으로 졸업한 후 관심 있던 동물병원에 취업했다. 결론적으론 서울대 동물병원에 가게 됨으로써 기존 회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좋은 곳으로 간 것이다. 처음에 팀상사가 그녀를 만류할 때 '거기 전망 안 좋아'라고 한건 그 사람의 관점이었을 뿐 본인이 뚫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뚫린다는 걸 그녀는 경험으로 배운 것이다.
주말에는 공사다망했다. 토요일에 동기들과 모임을 했는데, 나간 사람들은 각자 살 길을 살아가고 있었다. 결혼을 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육아이야기로 대부분의 대화를 했고 나는 그 대화에 낄 수 없어 대부분은 들으면서 있었다. 나간 사람들은 더 좋은 조건의 직장에 자리잡거나, 프리랜서로 전향하여 잘 살고 있었다. 더 나으면 나았지 더 나빠진 경우는 없었다. 나도 이직하려고 했으나 안 돼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 길이 무엇인가는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말도 안 되는 갑질이라든가 불합리한 일을 겪을 때마다 다른 길에 대한 욕구는 반작용으로 커져서 퇴근하고 구직사이트에 들어간 것도 수시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지금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날 엄습했다. 지금 회사에 불만족을 느끼고 있지만, 좋은 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상사가 출장을 가거나 회의로 자리를 비울 때를 합하면 회사에서 타인의 터치를 받지 않고 조용하게 있는 순간도 운이 좋으면 일주일의 대부분이 그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직종으로 가면 몸을 갈아 넣으면서 야근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퇴사한 사람은 이런 걸 포기할 만큼 용기가 있었고 결론적으로는 나는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으면서 오늘같이 청사 앞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 대부분의 공무원이 스타벅스에서 줄 서고 있는 걸 보면, 그들은 나보다 악조건 속에서도 법정근무시간 외에도 야근을 하며 삶을 참아가고 있을 텐데 내가 복에 겨운 건가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