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회사에 염증을 느끼다 못해 틈만 나면 밖으로 도망 나오고 있다. 무슨 행사 일정만 다가오면 닦달하며 사람을 돌아가면서 쪼는 상사의 신경질적인 면모와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서 직원들의 모니터를 빤히 바라보는 그를 이제는 다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내 행사는 별일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다음 주에는 상위기관 과장을 모셔와서 하는 회의가 있는데 상사인 그조차 뭘 해야 할지 모르자 담당자를 일단위로 쪼는 행위는 그 소리를 옆에서 듣기에도 곤욕스러웠다.
상사는 담당자를 닦달해도 차도가 없자 기어이 야근을 하겠다고 나섰고, 차일피일 미루며 보고서를 내놓지 않던 담당자도 덩달아 야근을 해야 했다. 회사에선 구내식당 식권을 나눠주는데 결국 담당자는 상사에게 '같이 가시죠'라며 회유하였으나 상사는 밥을 같이 먹긴 또 싫은 모양이었다. 다른 부서에 전화를 걸어 '저녁 약속 없으면 같이 먹지'라고 의사를 타진하였으나 전화를 받은 이는 같이 먹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거절하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그 둘은 저녁을 같이 먹으러 갔는데 담당자는 담배를 피우러 간 상사를 1층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나는 다음날 교육이었다.
내용은 파이썬이었다. 그간 데이터를 다루는 부서에 있어 파이썬에 대한 필요성은 늘 느껴와서 몇 번이 곤 교육을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맞지 않는 수준은 좌절하게 만들었다. '코딩은 나랑 맞지 않는가 봐'라고 어느 정도 포기를 한 상태였는데,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 찾아본 과정에 기초 코딩 수업이 있었고 처음에는 순전히 탈출하기 위해 교육을 신청했다. 하지만 교육 전날까지도 '지금까지 했는데 이해가 안되었는데 내일 가지 말까 어차피 상사도 없는 날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막상 당일이 되자 회사를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우세했다.
하지만 교육 역시 그다지 가고 싶지는 않아서 조금 늦게 도착하곤 말았다. 하지만 강사는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듯 시작을 안 하고 있었고 내가 오고 얼마 되지 않아 수업은 시작되었다. 과정은 완전 기초부터였고 기준이 정립이 되지 않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수업은 신기하게도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직접 코드를 짜보자 결과치가 나왔다.
기존에 파이썬이 안 맞다고 생각했던 건, 나와 맞지 않는 난이도의 수업과 강사의 수업을 이끌어가는 태도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기존에는 코드를 짜다가 막히면 교육생은 그걸 해결해 보겠다고 끙끙대고 있고 강사는 주어진 진도에 급급해 그런 수강생을 내팽개치고 계속 진도를 나가곤 했다. 그럼 고군분투하던 교육생은 진도를 놓치고 말고 악순환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강사는 쉬는 시간을 할애해 막힌 수강생의 코드를 수정해 주었고 '수강생의 틀림이 저의 기쁨입니다'라는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는 '이런 사람이라면 석사를 하고 싶기도 하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상냥한 사람이 좋다. 결국은 코딩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회사생활하며 이런 교육의 기회는 나를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안다. 이런 기회는 몇 번이 곤 들었던 '퇴사하자'라고 하는 다짐을 옅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런 기회를 갖게 된 현재에 감사를 느끼게 되었고 이걸 잘 활용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